친구는 나를 다치게 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이성주의 건강편지]친구와 지인
친구는 나를 다치게 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변호사의 전화 통화 파문 때문에 정치판이 시끄럽습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한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친구에 대해서 곱씹게 됩니다.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에서 ‘친구는 당신을 다치게 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주장했지요. 이때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지요? 그린은 또 어설픈 친구를 경계하라면서 ‘적(Enemy)’의 어원이 ‘친구가 아닌 사람’임을 강조했지요. 그렇다면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요?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는 함부로 쓸 수 없는 단어였습니다. 친구(親舊)는 문자 그대로는 ‘오랫동안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나이 많은 어른에게 “얘가 제 친굽니다”라고 아뢰면, “네가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 건방진…”이라고 꾸지람을 들었지요. 옛날에는 함께 노는 사이를 동무로 불렀지만, 공산주의자들이 ‘동무’를 다른 뜻으로 쓰는 바람에 친구라는 낱말이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참고로 ‘경상도 보리문둥이’에서 ‘문둥이’는 한센 병 환자가 아니라 문동(文童)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문동’은 글동무라는 뜻이지요. 어쨌든 지금은 친구가 벗이나 동무, 문동 등의 말을 대체한 듯합니다.
한 인디언 부족에게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그런 친구가 있나요? 노는 친구, 술친구를 넘어서 우정으로 푼푼한 친구가 있나요?
사실 2012년의 대한민국은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 환경입니다. 공동체의 따뜻한 정(情)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어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피에타》에서 여자주인공 조민수가 “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라고 읊은 대로 황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정이 낄 자리는 좁아 보입니다.
옛날에는 오년지장견수지(五年之長肩隨之)라고 해서 나이가 대 여섯 살 차이가 나도 뜻이 통하면 친구라고 했는데(10년 이상 차이가 나면 ‘형님’ 대우를 했고), 서열을 강조하는 일본 군국주의교육의 잔재 때문에 뜻이 통하는 사이어도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자는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고 했습니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사는 것 자체가 기쁜데, 친구가 멀리서 우정과 학문을 나누기 위해서 오면 더 즐겁다는 말 아닐까요? 스스로 수양하는 즐거움에다가 뜻을 함께 나누는 친구까지 있다면 남이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성낼 필요가 없다는 말, 공자의 삶 고갱이에 친구가 있다는 해석, 지나친 것일까요?
미국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공자 말씀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등불을 들고 현자(賢者)를 찾아다녔듯, 오늘은 숱한 지인 중에 친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친구를 사귀는 10가지 원칙
-앤드류 매티스의 《친구는 돈보다 소중하다》에서
오늘의 음악
친구를 노래한 노래 세 곡 준비했습니다. 그룹 퀸이 ‘You’re My Best Friend’를 부르고 캐롤 킹, 세론 디온 등이 ‘You’ve Got a Friend’를 부릅니다. 조용필의 ‘친구여’가 이어집니다. 어제 ‘바다가 육지라면’의 가수 조미미가 간암과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더군요. 고인의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 ‘선생님’을 준비했습니다. 가사가 지금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지요? 그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면, 세상이 이처럼 황량하지는 않을 텐데….
♫ You’re My Best Friend [퀸] [듣기]
♫ You’ve Got a Friend [캐롤 킹, 세론 디온 등] [듣기]
♫ 친구여 [조용필] [듣기]
♫ 선생님 [조미미]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