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밥 대신 잡곡밥이 식탁의 고갱이에 있기를

[이성주의 건강편지]머리 좋아지는 밥

흰쌀밥 대신 잡곡밥이 식탁의 고갱이에 있기를



하루 종일 달뜬 기분이었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드디어 700번째 편지를 보냅니다.

2007년 2월 26일 지인 1200여 명에게 첫 편지를 보낸 지 5년 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물 같다더니, 쏜 살 같다더니 절감했습니다. 수신자도 35만 명을 넘었습니다. 저와 편지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시는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편지를 보내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2008년까지는 별도 모임을 통해서도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두재균 베아트리체여성병원장(전 전북대 총장)도 그 무렵 건강편지 독자모임을 통해 만났습니다. 그는 48세에 최연소로 국립대 총장이 된 산부인사 의사입니다. 의사인데도 발효식품, 쌀, 잡곡에 미쳐 식품전문가들, 농민들과 어울려 다니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저는 2008년 초 두 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4년 이상 인연의 끈이 이어질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700회 건강편지에서 두 원장이 우리나라 식품공학의 태두인 신동화 박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머리가 좋아지는 혼합곡’을 소개할지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이 혼합곡 이야기는 얼핏 보면 사기 같고, 한 겹 벗겨보면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고, 고갱이에 들어가면 ‘아하!’하고 무릎을 칠, 그런 사연입니다.

두 원장은 신동화 박사와 2008~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부가가치 기능성 혼합미 편의식품 개발’ 프로젝트의 연구과제로 △수험생용 혼합곡 △혈당조절 혼합곡 △지구력 강화 혼합곡 △임산부용 혼합곡의 네 가지의 개발에 매달렸고 임산부용 혼합곡을 뺀 나머지 세 가지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혼합곡 ‘열공’은 첫 작품입니다.

그러나 열공은 지금까지 기능성 쌀과 달리 평범하기 그지없는 혼합곡입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소개된 기능성 쌀은 대부분 생산과정에서 특수물질을 넣거나 최종마무리단계에서 특정물질을 코팅해서 ‘획기적’, ‘세계 최초’를 강조한 것들입니다.

두 원장과 신 박사는 ‘특별한 기술’보다는 ‘과학과 상식’에 기댔습니다. 기존 곡식 수 십 가지의 영양성분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적절히 배합해서 수험생, 당뇨병 환자, 운동선수에 가장 적합한 잡곡 구성 비율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습니다. 기술의 발명이 아니라 의학지식과 농업의 융합을 꾀한 것이지요.

‘열공’은 전북대사대부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뇌에서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기억 활동을 담당하는 단백질(BDNF)과 뼈에서 칼슘 합성에 관여해 인체 성장을 돕는 단백질 (S100B)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식품 분야의 국제적 권위지 《Nutrition》 2011년 7월1일자에 발표돼 과학자들의 검증을 받았습니다. 이 논문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열공을 먹은 학생들은 실제로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나 국내 학술대회에서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개발된 지 2년 동안 상품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혼합곡은 정확히 구성비를 맞추는 것이 ‘포인트’인데, 사람이 일일이 잡곡을 섞으면 값이 수 십 만원을 넘게 됩니다.

주위 사람은 서울 대치동 주부들은 충분히 감당한다며 고가로 상품화하길 권유했지만 두 원장은 “흰쌀밥 중심의 밥상을 잡곡 중심으로 바꾸는 첫걸음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값이 비싸면 서민들이 먹을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며 출시를 미뤘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우연한 기회에 짝을 만나 2년의 고민이 해결됐습니다. 식품과 관련한 학술대회에서 혼합곡 제조사 ‘푸르메’의 문점석 사장을 만나면서 이 문제가 풀리고 덤으로 맛 문제까지 해결됐니다. 영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에 잡곡을 수출하고 있는 푸르메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확한 비율에 따라 잡곡을 섞는 기술의 특허를 보유한 회사로 잡곡을 살짝 눌러 맛을 살리는 기술까지 갖고 있습니다.

수험생은 열공이 아니더라도 잡곡밥만 먹어도 건강에 좋습니다. 어찌 보면 열공은 수험생에 맞춰 ‘기존의 효과’를 최대화했을 따름입니다. 열공은 또 쌀, 발아현미, 배아미와 잡곡, 호두 등이 한꺼번에 섞여있어 주부들이 주방에서 쌀과 잡곡을 섞을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을 더한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접근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열공은 수험생이 먹으면 좋지만 인지기능과 뼈 기능을 강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좋습니다. 온 가족이 쉽고 편하고 맛있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열공이 우리나라 밥상이 건강하게 바뀌는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를 빕니다. 굳이 열공이 아니더라도 현미나 혼합곡을 드시면 몸과 마음이 바뀝니다. 한 달 뒤 온 가족의 머리가 상쾌해지고 몸이 가벼워질 것으로 믿습니다. 건강편지 700회째 이런 제안을 하게 돼 기쁩니다.  하늘이 마련한, 서로의 선물이기를 빕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독자님들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뇌과학을 공부에 활용하는 법 11가지

열공만 먹는다고 공부를 잘 할 수는 절대 없겠지요. 아래는 초중고, 대학생이 학습성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

①기상 직후 5분씩 명상한다=코메디닷컴의 명상센터를 활용해 보세요. 바로 아래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소개돼 있습니다.

②아침에 뇌훈련을 하라=자기 전에 옷을 장롱에서 꺼내놓고 침대에서 나올 때 눈을 감은 채 입는 것, 평소 쓰지 않는 쪽의 손으로 양치질하는 것 등이 뇌를 단련시킨다.

③아침을 제대로 먹는다=열공에 반찬을 골고루 먹으면 될 듯.

④운동해서 살을 빼라=운동이 뇌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⑤가급적 메모하면서 공부하라=손을 쓰면서 메모하면 기억이 더 잘 되고 인지력이 올라간다.

⑥점심, 저녁 시간에는 산책하라=학교나 도서관에 숲길이 있다면 최고.

⑦1시간 이상 연속해서 공부하지 마라=50분 공부하고 10분 정도 쉬어야 한다.

⑧TV, 컴퓨터, 휴대전화는 가급적 멀리=TV 컴퓨터나 게임 모니터 등을 하루에 2시간 이상 들여다보면 주의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최고 2배 높아진다. 또 TV, 컴퓨터, 휴대전화의 모니터 빛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적어도 자기 30분 전부터는 이들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⑨자기 전 양치질을 앞두고 꿀을 한 숟가락 먹는다=뼈가 단단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꿀이 싫다면 비타민을 먹는 것도 좋다.

⑩단어는 자기 직전에 외워라=하루 중 잠자기 직전에 외운 단어가 가장 오래 머리에 남는다.

⑪잠을 충분히 잔다=잠을 푹 자야 뇌기능이 좋아지고 인지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오늘의 음악

건강편지를 700회 보내면서 많은 음악가들의 별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했습니다. 이 가운데 5곡을 준비했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 로스트로포비치의 바흐 첼로모음곡 1번 프렐루드, 디트리흐 피셔 디스카우의 ‘보리수’, 마이클 잭슨의 ‘Ben’,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이어집니다.

♫ 바흐 첼로모음곡 1번 프렐루드 [로스트로포비치] [듣기]
♫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루치아노 파바로티] [듣기]
♫ 보리수 [피셔 디스카우] [듣기]
♫ Ben [마이클 잭슨] [듣기]
♫ I Will Always Love You [휘트니 휴스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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