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없이 벅찬 사회이지만...

[이성주의 건강편지]국졸 교수의 가르침

대학 졸업장 없이 벅찬 사회이지만...

어제 조간신문들이 한 학자의 부음 기사를 실었습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해서 대학교수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한문학 대가 김도련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저와 남다른 인연이 있어서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1996년 3월 동아일보가 ‘학력을 이긴 사람들’이란 기획물을 연재했는데, 당시 제게 첫 번째 기사를 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기사의 주인공이 국민대 중문과의 김 교수였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한학 외길… 국졸 교수님’. 어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김 교수에 대한 인터뷰 기사는 제 것밖에 없더군요. 사진은 그때 찍은 것입니다.

기자란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인 듯한데, 김 교수와의 만남도 행운이었습니다. 교수 같지 않아 보이는 교수라고나 할까요? 소탈한 이웃 아저씨 같은 인상에 소박하고 따뜻한 말씨의 ‘촌사람’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고향 전북 완주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17세 때까지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통신강의록으로 공부해서 검정고시에 합격, 5년 과정이었던 완주중학교에 4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그러나 그 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다시 독학의 길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고향에서 면서기, 향교장, 서당 훈장 등으로 지내다가 우연히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서원을 모집한다는 신문 채용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그는 35세의 나이로 승정원 초서를 정자로 옮기는 ‘실기시험’을 치러 10대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습니다. 사글세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공무원의 길에 들어선 것이지요.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고 했지요? 김 교서원의 실력은 소문이 나서, 서울대 연세대 국민대 등의 대학원에서 출강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국민대는 그의 실력을 아껴 교육부에 교수 임용을 요청했습니다. 초등학교 문을 나선지 33년, 중학교 문턱을 넘으려다가 실패한지 29년 뒤, 그의 나이 46세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출신의 교수 임용이어서인지, 교육부 관리와 21명의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세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심사를 했습니다. 그가 제출한 30여 종의 저서와 논문은 완벽했습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었고 우리말로 쩍말없었습니다.

김 교수는 16년 전 그날 연구실에서 제게 “새 학기 시작할 때 늘 학생들에게 내가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이 학력과 배경에 좌우되는 것 같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참 가르침’이었지요. 그는 “대한민국 같은 학력사회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살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지만 누구라도 의지만 있다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곤 웃었습니다.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낳는 법이지요. 저는 이번에 신문 부음기사를 통해 한양대 정민,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 등이 그의 제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미쳐야 미친다’ 등의 책을 북북 밑줄 그어가며 읽은 기억이 뚜렷하기에 스승인 김 교수가 더욱 더 커 보였습니다.

김 교수에게는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일제의 단발령을 거부하고 상투를 튼 채 책에만 매달린 가난한 선비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집에 마지막 남은 쌀 한 말을 책값으로 주고 ‘신간 논어’를 샀습니다. 그 책이 우리 학문의 커다란 양분이 된 겁니다.

유교의 인문주의(人文主義)는 사람의 뜻은 두고두고 이어진다고 하지요? 가난한 선비인 아버지에서 김 교수, 또 제자들로 이어지는 ‘인본주의’가 꽃을 피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상여길, 그의 열정 넘쳤던 삶만큼 뜨거울 듯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더위 씻어낼 냉수마찰 방법

숨 막히는 더위지요? 유교 한학자들의 건강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냉수마찰을 하면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돼 하루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여름은 냉수마찰을 처음 시작하기에 좋은 때입니다. 그러나 건강 냉수마찰은 단순히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닙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은 효과적 한방 냉수마찰법

①뜨거운 물에 발목 아래를 1, 2분 담근다.
②미지근한 물에 면장갑을 적신 뒤 물기가 약간 남을 정도로 짜서 온몸을 5∼8초 문지른다. 심장에서 먼 팔 다리부터 문지르고 심장은 맨 나중이다.
③‘장갑마찰’이 끝나면 마른 수건으로 재빨리 몸을 덮고 마른 수건으로 계속 문지른다. 면장갑을 적시는 물 온도를 3∼4도씩 낮추면서 위 방법을 3∼5번 되풀이한다.

☞알몸 냉수마찰을 못한다면 세수할 때 뒷목까지 돌려가면서 씻는 것이 좋다. 목뒤엔 각종 경혈이 있어 이를 마찰하면 면역기능이 강화된다.

☞냉수마찰은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열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피한다. 또 냉수마찰 때 몸이 떨리거나 살갗이 심하게 달아오르면 멈추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

☞한방에 따르면 아이들이 더위를 먹었을 때는 38도 정도의 온탕에 소금을 한 숟가락 정도 붓고 발목 아래만 담그면 빨리 회복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여름감기에 걸리면 온몸에 땀이 날 때까지 10∼20분 정도 무릎을 열탕에만 담가주면 좋다. 뜨거운 물을 계속 갈아주는 것을 잊지 않도록.

오늘의 음악

오늘은 여름 음악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언제 들어도 훌륭한,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랄드의 ‘Summertime’, 제니스 조플린의 절창 ‘Kozmic Blues’가 이어집니다. 마지막 음악은 오늘 편지 본문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찜통더위 이기시라는 뜻에서 준비했습니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결혼행진곡’을 리카르토 샤이 지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 Summertime [루이 암스트롱] [듣기]
♫ Kozmic Blues [제니스 조플린] [듣기]
♫ 결혼행진곡 [리카르토 샤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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