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 디스카우, 아름다운 마음으로 고종명에 이르다
[이성주의 건강편지]독일 가곡의 교과서
피셔 디스카우, 아름다운 마음으로 고종명에 이르다
주말에 안타까운 부고(訃告) 기사가 떴습니다. 20세기 최고의 바리톤, 독일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내인 소프라노 율리아 바라디는 “편안하게 잠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향년 86세. 독일 전체가 애도의 분위기에 잠겼다고 합니다.
디스카우는 흔히 ‘독일 가곡의 위대한 해석자’라고 불립니다. 전기낭만파 작곡가인 슈베르트에서부터 후기낭만파의 말러, 볼프의 가곡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뚜렷한 발음과 정교한 해석으로 불러 ‘교과서’라고도 불립니다. 그는 가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중시했으며 ‘가사가 끝까지 정확하게 들렸다’는 말을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디스카우’ 하면 많은 사람이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를 소재로 해서 만든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떠올립니다. 원제가 ‘Winterreise’이므로 정확히 번역하면 ‘겨울여행’이지요. 저도 ‘겨울여행’ 앨범을 통해 디스카우를 만났습니다.
그는 성악 교육가로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는데 대표적 인물이 토마스 크바스토프이지요. 어머니가 임신 중 구토방지제로 먹은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 때문에 두 발과 두 손이 그냥 어깨와 엉덩이에 붙어있는 바다표범팔다리병 환자, 역경을 이긴 성악가였지요. 디스카우는 크바스토프의 노래를 듣고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감탄하면서 기꺼이 후원자가 됐습니다. 아마 아름다운 귀가 있기에 아름다운 음성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디스카우는 1993년 고령을 이유로 은퇴해서 ‘겨울여행’ 같은 조용한 삶을 살다가 20년 째 되는 해 5월 18일 편안히 눈을 감았습니다. 《상서(尙書)》에 나오는 오복(五福)의 마지막, 즉 하늘이 준 천명(天命)을 다 하고 후회 없이 눈을 감는 ‘고종명(考終命)’으로 마무리된 삶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다가 행복하게 눈을 감는 것,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디스카우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오늘은 행복한 노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건강-행복 100세를 위한 15가지 생활수칙
고령화경제시대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은 개인의 숙제입니다. 의학자들은 건강도 뿌린 만큼 거두게 돼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예외”라는 생각이 병들고 불행한 노년의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건강 100세를 위해서 젊었을 때부터 실천해야 할 15가지 수칙, 소개합니다.
①매일 아침 식사하는 것을 비롯해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라.
②매주 최소 2번 생선을 먹어라. 밥은 한 숟갈 적게 먹고 반찬을 골고루 먹는다.
③충분히 자라. 매일 밤 7~10시간은 자야한다.
④자원봉사, 종교, 사교모임 등을 통해 사회활동을 유지하라.
⑤운동하라. 매주 3번 이상 근력운동, 유연성운동, 유산소운동 등을 병행하라.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결과 젊었을 때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은 노년기에 정신이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⑥양치질을 꼼꼼히 하고 치실을 사용하라. 매일 치실을 사용하면 생명을 6.4년 연장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⑦취미생활을 갖고 음악, 미술 등 예술생활을 즐겨라.
⑧매일 5개 이상의 과일, 채소를 먹어라.
⑨물을 충분히 마시고 우유 및 유제품을 듬뿍 먹어라.
⑩차(茶)를 즐겨라. 커피는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면 적당히.
⑪자주 걸어라. 전화를 걸 때에도, 양치질을 할 때에도 가만히 있지 말고 걸어라.
⑫계획적으로 생활하라. 건강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라.
⑬유머를 즐기고 일부러라도 웃어라.
⑭담배는 확실히 끊고 술도 가급적 멀리 하라. 가급적 두 잔 이상은 마시지 말라.
⑮1주일에 최소 하루는 꼭 쉬어라. 가급적 야외의 자연을 즐기는 것이 좋다.
<제 329호 건강편지 ‘생명이란’ 참조>
오늘의 음악
‘가곡의 교과서’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절창으로 슈베르트의 ‘겨울여행’ 중 ‘보리수’ 듣겠습니다. 다음 곡은 슈베르트의 ‘송어’입니다. 주말에 제 딸 학교 행사에 갔는데 거기에서 한 반 학생들이 부르더군요. 셋째 곡은 디스카우의 ‘수제자’ 토마스 크바스토프가 부르는 ‘거리의 악사’입니다. 역시 ‘겨울여행’에 있는 곡이지요. 주말에는 ‘디스코의 여왕’으로 불렸던 도너 썸머의 부고도 들려왔습니다. 사인은 폐암이라고 합니다. 명복을 빌며 도나가 2009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서 부른 ‘Bad Girls’ ‘Hot Stuff’을 연속으로 듣겠습니다. 코메디닷컴의 앤돌핀 발전소에 가면 도나의 다른 히트곡들도 들을 수가 있습니다.
♫ 보리수 [피셔 디스카우] [듣기]
♫ 송어 [피셔 디스카우] [듣기]
♫ 거리의 악사 [토마스 크바스토프] [듣기]
♫ Bad Girls, Hot Stuff [도나 썸머]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