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 기침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이성주의 건강편지]폐렴과 불안
임부 기침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임산부 7명이 원인을 모르는 폐렴에 걸렀고 그 가운데 한 산모가 원인도 모른 채 허파가 굳으면서 숨지자 많은 임산부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예비 엄마들'은 감기에 기침만 해도 ‘나도 혹시…’하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의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환자들의 지역이 모두 다르다고 합니다. 전염력이 강하다면 환자 주위에 비슷한 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지요. ∴ 전염병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임산부가 폐렴에 많이 걸리는 것도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임산부 1000명 가운데 1.51명꼴로 폐렴이 생기는데 30%는 원인을 모른답니다. 의학자들은 임부의 자궁의 커지면서 가슴과 배를 구분하는 가로막(횡격막)이 위로 올라가 폐 공간이 좁아지면서 감염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부들의 불안감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에는 온갖 비슷한 환자들을 보도하고 있고 곳곳에서 유사 사례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옆 사람이 불안해하니 덩달아 불안하다는 임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임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노약자들이 기침만 콜록해도 ‘폐가 딱딱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사람의 본성에 해당합니다. 불안이 불안을 낳지요.
1954년 미국 서부 워싱턴 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일부 주민이 자동차 앞 유리에서 작은 구멍이나 긁힌 자국을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BB탄이나 산탄 때문에 생긴 자국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도시 남쪽의 몇몇 지역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2주 뒤에는 2000여 명의 신고가 접수됐고 며칠 뒤 시애틀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언론의 보도가 불안과 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온갖 설이 난무했습니다. 방사능 설, 우주의 태양광선 원인 설, 지구 자장 변화 설…. 사람들은 말을 옮기면서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결국 시애틀 시장이 주지사와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서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읍소’하기에까지 이릅니다.
주지사가 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했더니 너무나 싱거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두 이전부터 나 있던 흠이었다는 겁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다가 남들이 수군대는 소리 때문에 유리창을 유심히 봤다가 발견했을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한 증거로 새 차에는 어떤 흠도 없다는 점이 제시됐습니다.
원인을 모르는 폐렴 때문에 예정일보다 먼저 아기를 낳고 증세가 악화돼 숨진 산모 가족의 슬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 아픔을 어떻게 달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의학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 근거 없는 불안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걱정이 걱정을 낳고, 불안이 불안을 낳습니다. 공포가 공포를 낳습니다.
임부는 언론 보도나 인터넷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뱃속 아기와의 대화에 보다 더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음악을 함께 듣는 것도.
의학적으로는 정체불명의 폐렴보다는 담배연기나 황사가 폐에 훨씬 더 위험합니다. 특히 임부나 노약자에게는. 오늘 오후부터 황사가 분다고 합니다. 더 조심해야 할 황사가!
황사 생활수칙 10가지
오늘의 음악
오늘은 실내에서 불안감을 떨치고 포근하게 들을 음악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3번 제3악장, 나르시소 예페스의 연주로 타레가의 ‘알함브라의 추억’과 ‘로망스’를 이어서 감상하겠습니다. 로망스는 스페인 음악인데 작곡가가 알려져 있지 않지요.
♫ 브람스교향곡 3-3 [사이먼 래틀] [듣기]
♫ 알함브라의 추억 [나르시소 예페스] [듣기]
♫ 로망스 [나르시소 예페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