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삶의 부자는 없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명품 아닌 명품녀

명품 삶의 부자는 없을까?

결코 명품처럼 보이지 않은 ‘명품女’에 대한 파동이 제3라운드에 들어갔군요.

1라운드는 케이블 TV의 프로그램에서 20대 여성 김 모 씨가 부모가 준 용돈만으로 명품 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자랑했다가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은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걸친 옷만 4억 원, 목걸이는 2억 원이고 승용차는 3억 원짜리라고 과시했습니다.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자 “실컷들 나불대라. 난 내일 (일본) 롯본기 힐즈 가서 놀다 올 거다”는 글을 올렸지요.

2라운드는 누리꾼들이 세금문제를 제기하고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과세를 거론하자 국세청 등이 조사에 들어가면서 시작됐습니다. 관계 당국은 “김 씨는 40평형대 이하의 연립주택에 사는 유부녀로, 부모나 남편 모두 재력가가 아니다”고 진화(鎭火)에 나섰습니다. 김 씨는 “나는 일본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미혼여성이며 방송이 써준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변명했고 방송국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요.

3라운드는 김 씨의 전 남편이라는 의사가 어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와 결혼했다가 낭비벽 때문에 병원까지 팔고 헤어졌다”고 밝히면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 남편은 “그녀는 서울의 대형복합건물의 대주주인 외삼촌과 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으며 지금 거주하는 집도 전세가만 9억 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껏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비린내에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속물적 모습이 투영된, 천박한 싸개통의 모습입니다.

왜 그 케이블TV는 그런 방송을 했을까요? 우리나라에도 패리스 힐튼 이상의 명품족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을까요? 

그 여자는 과연  ‘명품녀’인가요? 그 여성은 절대 명품이 아닌데 말입니다. 물건에 노예가 돼 다른 사람을 깔보고 젠체하다가 막상 세무조사 얘기가 나오니까 꼬리를 내리고 말을 바꾸는 모습이 명품과는 거리가 멀지요. 관계당국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왜 그녀가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서둘러 발표했을까요?

사람이 넉넉해지면 좋은 음식, 비싼 옷을 찾는 것이 어쩌면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500년 전 맹자는 “부자가 음탕하지 않는 것(富貴不能淫), 가난한 사람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貧賤不能移)”을 보통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대장부의 조건으로 봤는데, 두 가지 다 물욕(物慾)과 관계가 있지요. 그만큼 보통 사람은 물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본능적 물욕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명품 지상주의는 도가 지나칩니다. 명품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외형지상주의’의 또 다른 단면일 겁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신체에 집하는 것을 ‘신체이형장애’라고 하는데 이 장애의 사회적 모습이 외형지상주의입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인격이 미숙한 사람의 내적 열등감이 명품 중독, 성형중독 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많은 한국인이 자녀의 성적에는 신경써도 인격을 기르는 데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이런 현상이 생기기 쉽겠지요.

미국에서 연수할 때 친하게 지낸, 존스홉킨스 간호대학 김미영 교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고액을 기부하는 거부(巨富)의 집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다. 그 부자는 ‘나는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 귀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을 보람 있게 쓰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또 귀족들끼리 회의를 해서 ‘가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를 한다. 이것이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우리나라 부자는 투자를 해도 ‘가치’와 ‘가능성’은 뒷전이지요. 대가 없는 기부라는 것을 실천하는 부자는 참 드물지요. 우리나라에도 품격 넘치는, 귀족 같은 부자가 넘쳐나기를 빕니다.

명품사치품이나 성형미인, 큰 집보다 더 고귀한 것은 품격 있는 인격, 아름다운 마음,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삶에서는 그런 것들이야말로 정말 명품(名品)이겠지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명품 삶, 명품 가정을 이루시기를 빕니다. 고귀하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은은함으로 충만한….

우리나라 명품 부자의 가훈

경주 최 부잣집은 대표적인 명품 가문으로 꼽힙니다.
모든 부자가 최 부잣집의 가훈처럼 산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근사해질까요?
가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이를 소개합니다.
저는 특히 육연의 구절구절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육훈(六訓)=齊家의 가훈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과객(過客)은 후히 대접하라.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육연(六然)=修身의 가훈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자처초연 自處超然),

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하며(대인애연 對人靄然),
평온할 때에는 마음을 맑게 가지고(무사징연 無事澄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유사감연 有事敢然),
성공했을 때에는 담담하게 행동하고(득의담연 得意淡然),
실패했을 때에는 태연히 행동하라(실의태연 失意泰然).

<제340호 건강편지 ‘박싱데이의 사랑’에서>

오늘의 음악

가을을 맞아 슐로모 민츠가 비발디 ‘사계’ 중 가을 제1악장, 제2악장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어 ‘돈’과 관련한 노래로 핑크 플로이드의 ‘Money’와 아바의 ‘Money Money Money’를 준비했습니다.

♫ 사계 중 가을 1악장 [슐로모 민츠] [듣기]
♫ 가을 2악장 [슐로모 민츠] [듣기]
♫ Money [핑크 프로이드] [듣기]
♫ Money Money Money [아바]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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