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생명, 건강을 우선하는 무한원칙의 무한감동을 보고싶다

[이성주의 건강편지]무한도전의 무한감동?

안전, 생명, 건강을 우선하는 무한원칙의 무한감동을 보고싶다



이래저래 욕을 얻어먹을 운명인지, 이번에도 욕을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좋은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는 ‘정형돈 뇌진탕’ ‘무한도전’ 등의 검색어가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스포츠 연예 신문들은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정준하, 정형돈 등의 부상 투혼에 힘입어 시청률 1위에 올랐고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정형돈은 뇌진탕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드롭킥’을 완벽하게 선보였고 시청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토요일 저녁 회사 부근의 순댓국 집에서 밥을 먹다가 그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멍하게 화면에 눈길을 향했다가 정형돈이 구토를 하는 모습에서 숟가락을 놓고 식당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프로그램이 민영방송에서 최고의 인기물이 될 수 있겠지만 공영방송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에서 자극적인 쇼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하는지에 회의적입니다. 게다가 출연자들이 ‘똥침’ ‘국부 공격’ 등을 당해서 아파하는 모습이 재미있지가 않습니다. 출연자와 관객의 호응이 ‘스파르타쿠스’의 패러디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PD나 개그맨이나 관객이나 모두 사고(事故)에 대해서 철저한 불감증을 갖고 있고, 생명과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뇌에 충격을 받아 구토를 하면 당장 병원 응급실에 데리고 가야 정상입니다. 방송에서는 ‘뇌진탕’이라고 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한 뇌좌상이나 뇌졸중일 수도 있습니다. 뇌진탕이라고 해도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뇌진탕(Cerebral Concussion)의 라틴어 어원 ‘Concutere’는 ‘심하게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외부 충격을 받아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면서 실신, 구토 등의 증세가 생기는 것을 가리키죠. 순간적으로 기억상실이 생기기도 하고 사물을 가리키는 능력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동안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지요. 뇌진탕은 뇌에 손상이 없다는 점에서 머리는 멀쩡하지만 뇌에 멍이 들어 뇌기능에 이상이 오는 ‘뇌좌상(Cerebral Contusion)’과는 구분됩니다. 그러나 연거푸 충격을 받으면 뇌좌상 못지않게 여러 문제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뇌에 충격을 받아 구토할 정도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뇌진탕 중 일부는 뇌출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MRI, CT 검사를 하면서 만일의 합병증을 체크하는 것이 정상이지 구토를 하는 사람을 링 위에 올려 세우고, 그것에 열광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입니다. 뇌가 거듭된 충격을 받아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아오지 않으므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합니다. 저는 거기에서 감동을 받는 사람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정형돈은 “고통은 짧지만 추억은 길다”며 출연을 강행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국인의 안전 불감증을 대변해주는 말입니다. 만약 사고로 이어졌다면 “영광은 짧지만 악몽은 길다”라는 말로 대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성우가 떡 먹기 경기를 하다가 사망한 것을 벌써 잊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포츠 연예 언론의 수준도 이번에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그 언론들은 만약 사고가 났다면 찬사 대신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을 겁니다. 안전은 1%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안전은 안전할 때 지켜야 합니다. 생명과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잃고나면 다시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말 '대한민국의 감동'이 제게는 참 꺼림칙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방송국 측이 재미와 시청률을 포기하고 생명과 안전의 원칙을 지켰다면 훨씬 감동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제가 비정상인 건가요, 유별난 건가요?  

뇌건강 10계명

①주 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반드시 운동한다=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
②적게 골고루 먹는다=채소를 많이 먹고 생선과 해조류를 즐기고 육류는 줄인다.
③스트레스는 가능하면 그때그때 푼다.
④대화를 많이 한다=가족간의 즐거운 대화는 보약이다.
⑤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라.
⑥세 살 공부 여든까지 하자.
⑦마감 기한과 목표를 정하자.
⑧자신에게 성공 보수를 주자.
⑨늘 책을 가까이 한다=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⑩복잡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뇌에 좋은 부담을 준다.

<일본의 치매 전문가 이시오라 쇼이치 박사의 책 ‘뇌, 새로 고침’에서>

오늘의 음악

루치아노 파라로티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고인의 음성으로 ‘카루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 ‘별은 빛나건만’의 네 곡을 이어서 듣겠습니다.

♫ 카루소 [루치아노 파바로티] [듣기]
♫ 공주는 잠못 이루고 [루치아노 파라로티] [듣기]
♫ 남몰래 흐르는 눈물 [루치아노 파바로티] [듣기]
♫ 별은 빛나건만 [루치아노 파바로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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