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쇄하듯 여름에 읽은 책 정리하시길
[이성주의 건강편지]처서와 책벌레
포쇄하듯 여름에 읽은 책 정리하시길
어제 정말 더웠죠? 잠은 잘 주무셨는지요? 찜통더위, 가마솥더위가 바로 이런 더위를 가리킬 겁니다. 불가마더위, 사우나더위라고 불러도 어울릴, 그런 더위였습니다.
오늘은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입니다. 처서에는 모기가 비실비실댄다고 해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지요. 처서는 또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그런 날입니다.
실제로 오늘부터 더위가 한발짝 물러납니다. 가을 실바람에 물러나면 좋겠지만, 처서비가 내리면서 중부는 오늘부터, 남부는 내일부터 수은주가 떨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조상들은 처서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 동안 잘 자라던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서 흉작이 된다고 본 것이죠.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추농사로 유명한 이곳에서 처서에 비가 오면 대추가 열매를 맺지 못해 혼사를 앞둔 ‘큰 아기’들이 혼수장만 걱정으로 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쌀 비축량의 증대로 처서비가 옛날처럼 농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처서에 날이 맑으면 조상들은 책, 곡식, 옷 등을 햇빛에 말리거나 바람을 쐬어서 습기를 제거하는 ‘포쇄’(曝曬)를 했습니다. 선비는 책을 말리고[士曝書], 농부는 곡식을 말리며[農曝麥], 여성은 옷을 말린다[女曝衣]고 했습니다.
특히 고서(古書)의 한지는 습기에 약해 책벌레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포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공민왕과 우왕 때 포쇄에 관한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났고 조선에서는 실록에 대한 포쇄가 엄격히 실시됐다고 합니다. 봄, 가을의 맑은 날 햇볕에 책을 말린 다음 기름종이로 잘 싸서 천궁, 창포와 함께 궤에 넣어 봉인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책벌레는 대부분 ‘먼지다듬이’라는 아주 작은 곤충입니다. 오래 보관한 옷이나 말려놓은 꽃다발 등에서도 나옵니다. 이 벌레는 책에서 살 때 종이의 펄프나 풀을 먹습니다. 번식력이 좋아 한번 생기면 책장 전체로 번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책벌레’하면 ‘책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죠?
방학이 끝나가는 자녀를 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오늘내일은 비가 오기 때문에 포쇄를 할 수는 없겠지요? 책벌레가 사라지고 있어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책벌레 자녀’들이 방학 때 읽은 책을 잘 갈무리하도록 도와주세요.
다산 정약용이 말한 대로 지식은 잘 정리돼야만 빛이 납니다. 자녀들이 읽은 것들을 잘 정리해서 머리에 남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교육일 겁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처서에 '여름의 지식'을 정리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날이 되기를 빕니다.
마지막 더위 이겨내기
①식사는 가볍게. 물은 충분히.
-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물을 마실 것
- 더운 날씨에 운동할 때에는, 매시간 2~4잔의 시원한 물을 마실 것
- 수분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병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할 것
②땀을 많이 흘렸으면 염분, 미네랄을 보충할 것
- 스포츠 음료로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할 것
- 염분을 덜 먹어야하는 병을 가졌다면 스포츠음료 혹은 염분을 섭취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할 것
③헐렁하고 가벼운 옷 입기
④야외활동을 줄이고 햇볕을 차단하기
-야외활동 중에는 그늘에서 자주 쉴 것
-일광화상을 입지 않도록 창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것
⑤가급적 실내에서 활동하며 냉방기기를 적절히 사용하여 실내온도를 적정수준(26~28℃)으로 유지할 것
⑥갑자기 더워지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활동의 강도를 조절할 것
⑦주위 사람의 건강을 살필 것
⑧주정차된 차에 어린이를 혼자 두지 말 것. 절대!
-창문을 일부 열어두더라도, 차안의 온도는 급상승할 수 있음
⑨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나 1339에 전화하고 아래 응급처치를 할 것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길 것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재빨리 환자의 체온을 낮출 것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할 것. 단,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물을 먹이지 않는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오늘의 음악
오늘은 가벼운 레게 풍의 노래 몇 곡을 준비했습니다. 성서의 이야기를 레게 댄스 풍으로 노래한 보니 M의 ‘Rivers of Babylon’, 수많은 번안곡이 소개됐죠? 같은 그룹의 ‘Bahama Mama’와 굼베이 댄스 밴드의 ‘Sun of Jameica’가 이어집니다. 마지막 곡은 바비 멕퍼린의 레게풍 재즈 ‘Don’t Worry Be Happy’입니다. 화면에 나오는 밥 말리는 레게의 지존입니다. 밥 말리의 ‘I Shot the Sheriff’를 마지막으로 준비했습니다.
♫ Rivers of Babylon [보니M] [듣기]
♫ Bahama Mama [보니M] [듣기]
♫ Sun of Jameica [굼베이 댄스 밴드] [듣기]
♫ Don’t Worry Be Happy [바비 멕퍼린] [듣기]
♫ I Shot the Sheriff [밥 말리]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