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억누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이성주의 건강편지]엉뚱한 천재 에를리히
천재를 억누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여러분은 ‘인생은 꿈’이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 내라면 어떻게 쓰겠습니까? 요즘 영화 ‘인셉션’의 열풍 때문에 장자의 나비꿈, 즉 호접몽(胡蝶夢)도 덩달아 화제인데 인류의 병 치료에 전기를 마련한 독일의 의학자 파울 에를리히는 고교 때 문학 숙제에 이렇게 썼습니다.
19세기 문학은 의례 이런 것이라는 타성에 젖어있던 교사는 불같이 화를 내고 최하점을 줬다고 합니다.
에를리히는 의대에 들어가서도 뚱딴지처럼 행동했습니다. 의학용어를 외우는 것에 흥미를 두지 않아 성적은 바닥이었습니다. 환자의 비명에 당황해서 임상의사의 길을 뿌리치고 미생물학을 선택했습니다. 교수가 시신을 해부해서 몸의 각 부분을 공부하라고 시키자 엉뚱하게도 시신을 염색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 엉뚱함이 의약사(醫藥史)를 바꾸었습니다. 에를리히는 동물에게 염료를 주사하면 특정 부위만 색깔이 변하는 것에 궁금증을 키웠습니다. 그는 “동물의 여러 조직 중에서 특정 부위만 염색할 수 있다면 인체 조직에는 붙지 않으면서 세균만을 염색하고 죽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것이 ‘마법의 탄환’ 이론입니다.
그는 정상세포는 죽이지 않고 세균만 죽이는 약물의 개발에 몰두해서 마침내 ‘살바르산 606’을 탄생시켰습니다. 최초의 매독(梅毒) 치료제였습니다. 살바르산은 ‘세상을 구원하는 비소’라는 뜻이며 성실한 일본인 조수와 함께 606번째 실험 끝에 약을 개발했다고 해서 606이란 숫자를 붙였습니다.
살바르산은 부작용이 커서 40년 뒤 페니실린이 나오자 서서히 사라졌지만 수은으로 매독을 치료하던 당시로서는 획기적 신약이었습니다. 당시 의학자들은 매독은 부도덕한 사람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고 여겼으므로 이 약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마침내 ‘마법의 탄환’ 이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을 보니까 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니까, 서울 강남의 학부모들은 고가의 컨설팅을 받는다고 난리라더군요. 그러면서 교육 당국과 대학교를 비난하더군요. 저는 학부모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녀가 조금 더 좋은 대학 가면 그만큼 더 잘 살까요? 더불어 사는 것, 예의 있게 사람들과 지내는 것, 자녀의 장점을 발휘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면 훨씬 행복하고 보람차게 살게 도울 수 있을 텐데…. 여러분은 천재 자녀를 부모의 틀 안에 가두고 있지는 않겠지요?
세상의 평가를 이긴 천재들
●프레드 스미스=예일대 경영학과 학생 때 ‘1일 배달 서비스’에 관한 리포트를 썼다. 교수는 “개념은 재미있고 리포트의 구성은 좋지만 C학점 이상을 받으려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운송회사 ‘페덱스(FedEx) 사’를 설립했다.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찰스 C 만즈, 크리스토퍼 P 넥 공저) 등 참조
오늘의 음악
1990년 오늘은 프랑스의 첼리스트 모리스 장드롱이 천국으로 간 날입니다. 장드롱과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피아니스트 헵지바 메뉴인의 연주로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을 준비했습니다. 이어지는 곡은 장드롱과 크리스티앙 이발디가 연주하는 드비시의 첼로와 피아노 소나타 D단조입니다. 1948년 태어난 20세기 최고의 로커 로버트 플랜트가 보컬을 맡은 레드제플린의 ‘All My Love’와 ‘Whole Lotta Love’가 이어집니다. 'ALL My Love'는 아들을 잃은 아픔을 읊은 노래인데, 가사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 [슈베르트] [듣기]
♫ 첼로 피아노 소나타 [드비시] [듣기]
♫ All My Love [레드 제플린] [듣기]
♫ Whole Lotta Love [레드 제플린]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