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품도 무시를 당할 때가 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위대한 작품도 무시를 당할 때가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한때 콜레라에 걸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강압에 의한 자살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귀족의 조카와 동성애 관계를 맺다가 법률학교 동기생들로부터 ‘명예자살’을 권유받고 비소를 먹고 숨졌다는 것이죠.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제6번 비창과 발레곡 ‘백조의 호수’ 등의 숱한 명곡을 남겼지만 저는 특히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좋아합니다. 그는 러시아음악원 교수로 있을 때 이 탁월한 곡을 작곡하고 음악원 교장인 니콜라이 루빈시타인과 동료 교수 후베르트를 자신의 방에 초대해 이 곡을 직접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루빈시타인은 이 곡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격분해서 방을 뛰쳐나갔으며 루빈시타인이 뒤따라가서 몇 가지만 수정하면 자신이 초연을 맡겠다고 차이코프스키를 달랬습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단 한 개의 음표도 고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나중에 한스 폰 뵐로에게 이 곡의 초연을 의뢰했습니다. 뵐로는 이 곡의 성공을 확신했으며 미국 보스턴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루빈시타인은 차이코프스키와 이혼한 미류코바가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자 거부(巨富)인 폰 메크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폰 메크는 “절대 만나지 말고 만나서도 대화를 하지 말자”는 조건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후원자가 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직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창작을 하면서 폰 메크 부인과 1100여 통의 편지를 교환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눕니다.
15년간 편지로 사랑을 나누던 폰 메크 부인이 파산해서 더 이상 돈을 보낼 수 없다며 절연을 선언하자 차이코프스키는 우울증에 빠집니다. 죽기 직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저주받을 여자”를 되풀이해 말하다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루빈시타인은 차이코프스키를 진심으로 도우려고 한 사람이었지만 음악사에서는 명곡을 몰라본 음악가로 남게됐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들으시며 남을 평가하는 데에는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평가를 이긴 사람들의 얘기
오늘의 음악
오늘은 날이 날인만큼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몇 곡 준비했습니다. 피아노협주곡 제1번 1악장을 예프게니 키신이 18세 때 카라얀과 협연한 곡으로 듣고 3악장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로 감상하겠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베를린필이 ‘호두까기 인형’ 중 ‘꽃들의 왈츠’를 연주하고 아이작 스턴, 로스트로포비치, 호로비치의 세 대가가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를 들려줍니다. 1854년 오늘은 미국 행진곡의 아버지 존 필립 수자가 태어난 날입니다.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천둥 행진곡’과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이 이어집니다.
♫ 피아노협주곡 1-1 [차이코프스키] [듣기]
♫ 피아노협주곡 1-3 [차이코프스키] [듣기]
♫ 꽃들의 왈츠 [차이코프스키] [듣기]
♫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 [차이코프스키] [듣기]
♫ The Thunder March [존 필립 수자] [듣기]
♫ The Washington Post March [존 필립 수자]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