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도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조오련의 심장
운동선수도 심장병으로 쓰러진다
1969년 6월 29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수영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서울시예선.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수영복 대신 ‘사각 빤스’를 입은 선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동대문시장에서 산 ‘빤스’를 입은 이 선수는 처음 듣는 스타트 총성에 움찔거렸지만 강남수, 이형화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습니다.
그가 바로 어제 세상을 떠난 영웅,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었습니다. ‘해남 촌놈’ 조오련은 중1때 제주도로 집안 심부름을 갔다가 방파제에서 열린 수영경기를 봤습니다. 고1때 운동으로 전국대회 3등 안에 들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주도의 그 경기를 떠올렸습니다. ‘1등이 나보다 못하던데…’
조오련은 무작정 상경, 청계천의 간판집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YMCA 수영장에 다닙니다. 중동고 수영부 선수들이 ‘촌놈’을 손봐주려고 하자 뱀탕집에서 뱀을 사와서 질근질근 씹는 ‘이벤트’로 그들을 사시나무 떨 듯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훈련에 전념해서 첫 출전한 대회에서 일을 낸 것입니다. 그것도 학생이 아니어서 고등부가 아니라 대학 일반부에 참가해서 말입니다. 소원대로 양정고에 진학하게 됐고 그의 데뷔무대를 직접 본 민관식 대한체육회 회장의 배려에 따라 태릉선수촌에 입촌해서 훈련하게 됐지요.
그는 일본인들이 별명을 붙인 ‘비빔밥 영법’으로 1970년 방콕,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2관왕에 올랐고 은퇴할 때까지 50여 개의 한국신기록을 세웠죠. 은퇴 후에는 1980년 대한해협, 1982년 도버해협을 횡단했지요. 2003년에는 한강 600리를 완주했고 2005년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3㎞를 횡단했고요. 2008년 7월에는 독도 33바퀴 돌기에 성공했고 내년 대한해협 횡단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체력 훈련 중이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조오련의 사인(死因)을 심장동맥질환에 따른 심근경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부정맥에 의한 급사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운동선수가 부정맥으로 쓰러지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2000년 경기 중 쓰러진 롯데의 임수혁과 2007년 급사한 스페인 프리메가리가 세비야의 안토니오 푸에르타 등이 모두 부정맥의 희생양이었습니다.
부정맥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의 전기시스템에 고장이 나서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경우, 또는 불규칙한 상태를 가리키죠. 조오련은 8년 전 첫 부인과 사별한 뒤 우울증 증세가 생겼고 한동안 술과 약에 의존해서 살았다고 합니다. 지나친 스트레스, 술, 담배, 특정한 약물, 불충분한 수면 등은 전기시스템을 고장 내는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조오련은 모두 해당됐습니다. 술꾼이 과음 뒤에 가슴이 뛰는데도 치료받지 않으면 나중에 술을 마시지 않아도 증세가 유지됩니다. 넉 달 전 재혼한 그는 술을 끊고 건강 챙기기에 나섰지만 고장 난 전기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장병도 예방과 조기발견이 최선입니다. 오늘은 여러분 가족의 심장 건강을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영웅을 기리며….
급사 예방하기 위해서
◉술, 담배, 카페인음료를 피한다.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1주 3번 이상 땀을 흘릴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한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생선과 채소가 부정맥을 예방한다는 보고도 있다.
◉고혈압, 코골이 등이 있으면 치료한다.
◉일찍 진단받고 치료한다. 집안 식구 중 ‘화병’으로 숨진 사람이 있거나 최근 기절, 순간적 흉통, 목 부위의 불쾌감, 호흡곤란, 어지럼증, 가슴이 뛰는 증세가 있었다면 심전도검사를 받아야 한다.
오늘의 음악
1890년 오늘은 오스트리아의 명지휘자 에리히 클라이버가 태어난 날입니다. 그의 지휘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예술가의 생애’와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듣겠습니다. 이어 그의 아들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 서곡을 감상하시겠습니다.
♫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요한 스트라우스] [듣기]
♫ 예술가의 생애 [요한 스트라우스] [듣기]
♫ 세레나데 [하이든] [듣기]
♫ 박쥐 서곡 [요한 스트라우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