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말고는 다 배우려했던 신여성
[이성주의 건강편지]학교종이 땡땡땡
도둑질 말고는 다 배우려했던 신여성
김 메리 여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며 살았던 신여성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도둑질을 빼고서는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우라”고, 소학교 교사는 “우리 삶은 좀 더 나은 길을 향해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김 여사는 이 두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담고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며 살았습니다.
1904년 태어난 김 여사는 이화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1930년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에는 영문학을 전공하다가 곧 음악으로 전공을 바꿔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32세 때 미시간 주에서 사업을 하던 조오홍 씨와 서울에서 결혼했지만 일제가 친미파라는 이유로 남편을 추방하고 김 여사는 출국을 금지시켜 홀어미 아닌 홀어미 신세가 됐습니다.
김 여사는 모교에서 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광복을 맞고 현제명, 김성태 등과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편찬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학교종’은 전차 속에서 어린이들이 입학 첫날 등교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30분 만에 작사,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는 1947년 정부 고위 공무원의 딸이 결석을 밥 먹듯 하자 학칙대로 낙제시키고 교직에서 물러나 남편이 기다리는 미시간 주로 향했습니다. 김 여사는 무엇이든 배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46세 때 웨인주립대학교에 들어가 생화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73세 때까지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남편과는 71세 때 사별했습니다.
김 여사는 병원에서 퇴직하자마자 평화봉사단에 자원,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입기 운동을 펼쳤고, 또 위생 식기들이 전염병을 줄인다는 확신에 따라 ‘숟가락 보내기 운동’을 펼쳤습니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에서 노예 해방된 흑인들이 세운 나라여서 미국의 관심이 큰 나라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그곳을 방문해 김 여사에게 “여기에서 뭘 하느냐”고 묻자 “당신의 어머니처럼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등 농담을 주고받아 미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76세에 미국으로 되돌아와서는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을 다시 공부했고 졸업 후 한국 노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미시간주와 뉴욕주 4곳에 한인교회를 설립하는 등 재미교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101세 때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딸 조귀인 씨 역시 어머니처럼 공부하는 삶을 살아 한국인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의 대기자로 필명을 떨쳤다는 사실입니다.
제 지인 중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서(四書)를 뗀 사람이 있는데 입학 뒤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 바둑아 이리 와’를 처음 배우면서 노는 것부터 가르치는 교육에 실망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고 하더군요.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는 가사에는 흥미를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김메리 여사는 '학교종'의 가사 대로 즐겁게 공부하며 살았기에 100세가 넘는 나이에 고종명(考終命)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공부에 대한 좋은 글귀들
오늘의 음악
오늘은 클래식 곡 하나와 팝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1904년 오늘 세상을 떠난 안토닌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제 2악장 라르고를 먼저 준비했습니다. 1935년 오늘 태어난 주디 콜린스가 레너드 코헨과 함께 부르는 ‘Suzanne’, 1945년 오늘 태어난 리타 쿨리지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함께 부르는 ‘Take the ribbon from your hair’가 이어집니다.
♫ 신세계교향곡 2악장 [드보르작] [듣기]
♫ Suzanne [코헨 & 콜린스] [듣기]
♫ Take the ribbon from your hair [쿨리지 & 크티스토퍼슨]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