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무리에서 컸다면
[이성주의 건강편지]타잔의 말
원숭이 무리에서 컸다면
‘타잔’의 원작은 ‘화성의 공주’로도 유명한 작가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가 1914년 펴낸 소설입니다. 타잔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고립된 영국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한 돌 때 어머니는 병사하고 아버지는 원숭이 무리에 살해됩니다. 타잔은 아버지를 죽인 원숭이 무리에서 양육되며 20년 뒤 제인 포터를 만납니다.
버로즈의 첫 번째 소설에서는 타잔과 제인은 서로 사랑하지만 제인은 미국으로 떠나고 타잔은 ‘첫 사랑’을 찾아 밀림을 헤맵니다. 그러나 이후의 소설에서는 타잔이 제인과 결혼해 영국으로 이주해서 글레이스토크 경(卿)으로 살다가 문명의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밀림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줄거리가 바뀌죠. 부부는 잭을 낳고 귀여운 원숭이 치타를 데리고 자~알 삽니다.
타잔은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훌륭한 작품이지만 뇌의학으로 보면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1, 2세 때 사람의 곁을 떠나 원숭이 품에서 큰다면 나중에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언어를 습득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50조~1000조 개의 시냅스를 조합해서 뇌의 얼개를 만듭니다. 아기의 뇌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원뇌, 고피질, 신피질의 순으로 뇌를 완성해 가는데, 태어나서 우선 감정과 정서의 뇌인 고피질이 만들어집니다. 고피질인 가장자리계통(변연계)은 언어 형성, 기억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고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성의 뇌인 신피질도 엉성하게 됩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는 타잔이 한 살 때 원숭이들에 의해 양육됐다면 원숭이의 지능에 머물 가능성이 크죠. 부모의 사랑이 세 살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면 제인에게 말을 배우고, 문명에 실망할 그런 지능은 가질 수가 없는 것이죠.
‘타잔’ 영화가 선보인 날, 뇌 과학을 짚어보며 부모의 사랑에 의해 커서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정말 사람답게 살아야 할 텐데….
뇌과학에 따라 아이 키우기
오늘의 음악
1927년은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 무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태어난 날입니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지휘하는 런던필과 협연한 드볼작 첼로협주곡과 그의 빠뜨릴 수 없는 연주곡, 바흐 무반주 첼로조곡 1번 프렐류드가 이어집니다. 셋째 곡은 블라드미르 호르비츠의 피아노, 아이작 스턴의 바이얼린과 협연한 차이코프스키의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입니다. 록을 좋아하시는 분을 위하여 1950년 오늘 태어난 키보드 주자 토니 뱅크스가 속한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제네시스’의 ‘Mama’를 준비했습니다.
♫ 드볼작 첼로협주곡 [슬라바 & 런던필] [듣기]
♫ 바흐 무반주 첼로조곡 1 프렐류드 [슬라바] [듣기]
♫ 위대한 예술가를 위하여 [환상의 트리오] [듣기]
♫ Mama [제네시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