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 춘곤증 이기세요
[이성주의 건강편지]목신의 오후
나른한 봄, 춘곤증 이기세요
목신의 오후
아, 이 요정들의 모습이 영원하였으면.
내 의혹, 저 끝이 없는 고대의 밤의 성단이 쌓이고 쌓여
혹시 그대가 생각하는 여인(女人)들은
그대 엉뚱한 감각이 갈망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지를.
아, 그만! 움직이지도 않고 나른하여 정신이 혼미(昏迷)하니
태양에게 질세라 내 들뜬 허영(虛榮)이 휩쓰는 늪,
죽은 듯이 모두가 야수의 시간 속에서 불탈 때,
문득 소스라쳐 깨어나면, 첫 번 째의 타는 그리움을 위하여 나는,
그네 입술이 들릴까 말까 내뱉은 부드러운 그 무엇과는 달리,
도피의 악기여, 오 깜찍한 피리여,
오 요정들이여, 다채로운 추억에 바람을 넣어
오 보석들아!
그대를 찬미하노라, 처녀(處女)들의 분노여,
살의 저 은밀한 몸서리침이여,
할 수 없지! 다른 여자들이 내 머리에 난 뿔에 머리채를 감고 행복으로 이끌어 주리라.
아니다, 하지만, 언어가 부재하는 나의 영혼,
1842년 오늘 태어난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느 말라르메의 몽환적인 시 ‘목신(牧神)의 오후’와 참 어울리는 날씹니다. 점심에는 봄볕 비끼는 창(窓)가에서 꾸벅꾸벅 말뚝잠(똑바로 앉은 채 자는 잠)이나 고주박잠(등을 구부리고 앉아서 자는 잠) 자는 분 있겠군요. 춘곤증과의 싸움 이기고 상쾌하게 봄 보내시기를!
춘곤증 이기려면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역시 ‘목신의 오후’여야겠죠?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듣습니다. 둘째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3악장 'Poco Allegretto'(약간 조금 빠르게)입니다. 세묜 비츠코프의 지휘로 독일의 WDR 심포니가 연주합니다. 마지막 곡은 이경선, 김상진 등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악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 중 가장 유명한 2악장입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 발전소에서는 1~4장을 다 들을 수 있습니다.
♫ 목신의 오후 전주곡 [드뷔시] [듣기]
♫ 교향곡 3번 3악장 [브람스] [듣기]
♫ 플로렌스의 추억 [차이코프스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