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굴처럼 세상은 모두 당신 것
[이성주의 건강편지]바다의 꽃
당신의 굴처럼 세상은 모두 당신 것
이런 날씨와 어울리는 해조류가 ‘굴’이 아닐까 합니다. 서양에서는 ‘굴처럼 조용한(as dumb as an oyster)’ ‘굴처럼 비밀을 잘 지키는(as close as an oyster)’ 등의 숙어가 있지요?
굴은 우리나라에서 석화(石花)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지만, 서양인의 굴 사랑도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서양에서는 수산물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데 예외가 굴이죠. 서양인은 굴을 그냥 먹거나 레몬 소스에 찍어 먹으며 굴의 향 자체를 즐깁니다.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우리나라 사람처럼 매콤한 체리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가 처음으로 생굴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고 그들도 선사시대부터 굴을 즐겨 먹었습니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조각가 로뎅의 정신적 지주인 발자크는 백과전서파의 거두답게 박학다식했는데 특히 ‘요리왕’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는 요리 중에서 굴을 최상으로 쳤으며 한자리에서 144개의 굴을 먹기도 했습니다. 또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는 175개, 이탈리아의 '멋쟁이' 카사노바는 50개의 굴을 한꺼번에 먹었다고 합니다.
서양에는 또 ‘굴을 먹으면 사랑이 오래 간다(Eat Oyster, Love Longer)’는 속담이 있는데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습니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할 정도로 각종 영양소의 보고이며 특히 굴에 풍부한 아연은 정액의 주요성분이고 남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아연은 미각과 후각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알파벳 ‘R’자가 들어있는 달에만 굴을 먹으라고 했는데 12월 ‘December’에는 ‘R’이 들어있네요. 우리나라에서 굴은 1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이지요.
싱싱한 석화는 우유빛에다 바다 냄새가 납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선배는 “껍질과 붙어있는 부분의 검은 선이 굵고 선명해야 상품”이라고 알려주더군요.
굴과 찰떡궁합인 음식으로 매생이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매생이는 ‘바로 뜯은 생생한 이끼’란 뜻을 갖고 있으며 최고의 해독 음식으로 꼽힙니다.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5~6배라고 하네요. 굴을 듬뿍 넣은 매생이국은 연말 송년회에 지친 속을 달래는 데 최고의 해장국일 듯 합니다.
서양에는 “세상은 네 굴(The world is your oyster)”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다”는 뜻이죠. 이번 겨울에는 굴 향기에 서린 바다 냄새를 맡으며 가슴을 바다처럼 넓히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당신의 굴입니다. 당신의 밥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바다처럼 푸르고 넓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감기에 걸렸다면
①물을 많이 마신다. 물은 탈수현상을 막고 기침을 삭이며 가래를 배출시킨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굴이 바다에 있도록 그냥 두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재즈 스탠더드 ‘Let there be love’를 준비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여가수 로라 피지가 노래합니다. 이와 함께 이 겨울에 어울릴만한 영화음악 주제가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What is a youth?’,《타이타닉》에서 ‘My heart will go on’을 골랐습니다. ‘What is a youth?’는 ‘A time for us’로 알려진 노래와 곡은 같고 가사만 다르죠?
♫ Let there be love [로라 피지] [듣기]
♫ 로미오와 줄리엣 [글렌 웨스턴] [듣기]
♫ 타이타닉 [셀린 디온]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