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커피, 독이 되는 커피

[이성주의 건강편지]가을의 커피향

약이 되는 커피, 독이 되는 커피

가을엔
시(詩)를 쓰고 싶다.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나오는
잉크 빛보다
진하게
사랑의
오색 밀어(密語)들을
수놓으며
밤마다 너를 위하여
한 잔의 따뜻한 커피 같은
시(詩)를
밤새도록 쓰고 싶다

(전재승 ‘가을시 겨울사랑’)

가을비에 철모르던 더위가 식었습니다. 오늘, 쌀쌀하기까지 하네요. 커피 한 잔이 떠오르는 날씨입니다.

커피는 6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양치기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양들이 밤마다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이유가 커피나무 열매 때문이었다는 거죠. 중국에서는 숫양들이 하룻밤 100차례나 교미를 하는 이유가 삼지구엽초(음양곽) 때문으로 밝혀지면서 이 풀이 정력제로 떠올랐는데, 양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 같기도 하네요.

커피는 아랍에서 먼저 유행했습니다. 16세기 오스만투르크의 지배 하의 메카 총독 카이르 베이는 문인들이 커피숍에서 자신을 풍자하자 커피 금지령을 내렸다가 흥분한 백성들에게 붙잡혀 처형당했습니다. 이 무렵 오스만투르크는 유럽을 침범해 주민들에게 커피를 권했고, 기독교인들은 교황 클레멘스8세에게 ‘악마의 음료’를 금지시켜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커피를 맛보고는 “이 음료에 세례를 내려 진정한 기독교인의 음료로 만들어 악마의 콧대를 꺾어주라”며 오히려 커피를 공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이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로부터 커피를 접대 받은 뒤 최초의 커피 애호가가 됐다고 하죠?

최근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리즈대 식품과학과 게리 윌리엄슨 교수가 선정한 ‘장수를 위한 필수식품 20가지’를 소개했는데, 여기에 커피도 포함됐습니다. 커피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죠. 커피의 폴리페놀 성분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한다는 겁니다. 올 초에는 커피가 난소암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임부가 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면 유산할 위험이 곱절로 높아진다고 합니다. 커피가 당뇨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하면 당뇨병 환자가 하루 커피 4잔을 마시면 혈당이 8% 올라간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커피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마시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커피가 약이 되는 사람들은 오늘 고요한 음악을 틀어놓고 원두커피 한 잔을 기울이며 가을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은 어떨까요?

커피 제대로 알고 마시세요

○커피는 가급적 원두커피를 마시며 향을 음미한다.
○다방커피나 인스턴트커피, 휘핑크림 생크림 등이 든 테이크아웃 커피는 열량이 많으므로 가급적 피한다.
○커피를 마시며 흡연하는 사람은 담배를 끊을 때 커피도 함께 끊어야 한다.
○가급적 3잔 이내로 마신다. 임부가 하루 7잔 이상을 마시면 저체중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고혈압 환자가 5잔 이상 마시면 혈압이 상승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겐 적당한 커피가 뇌 건강에 좋다. 그러나 잠을 방해받을 정도로 마시면 우울증이 악화된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의외로 오래 가지 않으므로 운전 중 졸린다고 커피를 마신 뒤 금방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졸릴 때에는 한숨 자고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운전하는 것이 최선이다.
○커피 애호가 중에 수면장애, 잦은 소변, 가슴 두근거림, 위장 장애, 근육경련, 신경과민, 안면 홍조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카페인 중독을 의심하고 우선 커피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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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자석으로 우울증 치료한다
뇌의 특정 부위에 자기장을 쏘는 방법인 경두개자기자극법(TMS)이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방법으로 인정받았다. 바깥에서 자기장을 쏘면 뇌의 깊숙하게 자리잡은 기분과 관련된 부분까지 연쇄신경신호를 전달시키는 방법이다. 경련이나 기억 장애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늘의 음악

오늘은 커피와 어울리는 음악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폴 모리아 악단의 ‘이사도라’입니다. 박인희가 읊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의 배경음악이죠? 다음 곡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의 포크가수 밥 딜런의 ‘One More Cup of Coffee’입니다.에밀루 해리스의 백 보컬과 스칼렛 리베라의 바이올린 연주가 절묘하게 뒷받침하는 노래입니다.
♫ Isadora [Paul Mauriat] [듣기]
♫ One More Cup of Coffee [Bob Dylan]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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