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자 씨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금강산 일출
박왕자 씨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제, 금강산에서 허망하게 숨진 박왕자 씨의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영원히 떠나 보내야하는 가족의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사태에서도 일부 네티즌의 무책임한 행태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큰 병인데, 그것을 모르니 안타깝습니다.
저도 첫 보도를 접하고는 ‘왜 이른 새벽에 2m나 되는 철조망을 넘어 위험을 자초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위험에 대해 소홀하고 규칙을 쉽게 무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상됐죠. 그러나 속보(續報)들을 종합해보니 박 씨는 너무나 정상적인 주부였더군요. 위의 사진처럼, 그렇게 아름답다는 금강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해변을 걸었을 뿐입니다. 그곳에는 철조망도 경고표시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시정(詩情)이 자신을 사지(死地)로 몰아갔을 따름입니다.
말이 앞서는 사람은 그녀를 힐난합니다. 북한 초병이 경고했을 때 왜 도망갔느냐고. 그러나 사람이 공포상황에 놓이면 도망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사람의 뇌는 위험 요인을 발견했을 때 본능적으로 도망치거나 싸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투쟁-도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이라고 하죠.
이때 뇌에서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브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교감신경계가 흥분합니다. 갑상샘은 인체 대사율을 높이고 심장은 급격히 박동해 뇌와 근육에 혈액을 보냅니다. 비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백혈구와 혈소판을 온몸 곳곳에 보냅니다. 반면 위기상황에 무엇을 먹을 일은 없으므로 소화기관의 기능은 떨어뜨립니다. 보온하기 위해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또 털 세우는 근육이 수축되면서 소름이 돋습니다. ‘모골(毛骨)이 송연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죠.
이런 위기상황에서 남성은 대체로 ‘Fight’를 택합니다. 이전에 북한 초병에게 잡힌 남성들은 정지명령에 따랐는데, 무의식적으로 ‘네가 나를 어쩔거야?’라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일종의 ‘Fight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성들은 위기상황에 도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비난할 수가 있을까요? 사람은 이성적 동물일 것 같지만, 실제 본능과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사람은 누구나 위기상황을 맞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평소 교통규칙을 잘 지킨다든지, 밤에 으슥한 곳에 가지 않는다든지, 술에 만취하지 않는 등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에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또 한 편으로는 여러 위기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세우는 사고(思考)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른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에 따른 위기관리 연습이죠. 이것은 개인, 단체, 정부 모두에게 필요한데, 이 정부가 요즘 이것이 부족하다고 비난받고 있죠?
여러분은 모쪼록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가족의 행복을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안전이 없으면 건강도 행복도 존재할 수가 없겠지요? 만사불여튼튼, 오늘 같은 날에 가슴을 찌르는 말입니다.
<위기상황에서 인체의 변화>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①온가족이 가능한 위험에 대해 토론한다. ‘만일의 위험’에 대해 가정하고 대처법에 대해 대화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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