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좁은 마음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이즈보다 무서운 병

환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좁은 마음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면역세포에서 둥지를 트는 모습

1981년 오늘(6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의사들은 동성연애자들 사이에서 면역력이 뚝 떨어진 사람이 주로 걸리는 특이한 질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질병통제센터(CDC)가 로스앤젤레스의 동성연애자 5명이 폐포자충 폐렴에 걸렸다고 발표한지 2주 만이었습니다.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증)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당시 에이즈를 GRID(Gay Related Immune Deficiency, 남성동성애자와 관련한 면역 결핍증)라고 불렀습니다만, 이듬해 CDC가 병의 실체를 밝히면서 에이즈라고 명명했습니다. 에이즈는 한때 ‘쉬쉬하는 병’이었지만 영화배우 록 허드슨, 농구선수 매직 존슨 등이 환자임을 밝히면서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콘돔 사용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기자 시절 에이즈 환자들을 취재한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한 주부는 딸아이가 감기를 달고 살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에이즈 검사를 했다가 양성으로 나왔고 곧이어 부부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편에게서 병이 옮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편은 “총각시절 딱 한 번 유곽에 갔을 뿐”이라며 자신의 감염 사실을 믿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둘째는 임신 때 약을 복용해서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채 태어났다더군요. 그들은 친척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받고, 수도 없이 이사를 하며 힘들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 주부는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시댁 식구로부터 온갖 험담을 들으며 눈물 흘려야만 했습니다.

어떤 에이즈 환자는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다가, 제가 팥빙수를 하나 시켜서 같이 먹으니까 마음을 풀더군요. 에이즈 환자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초조한 삶을 지속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한 20대 아가씨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우연히 안 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당해 걸핏하면 금품을 뜯겼습니다. 그녀는 카드빚이 3000만원이 넘어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왜 얘기하지 않았냐”고 울먹였고 딸은 “우리 가족 모두가 손가락질 받는 것이 무서웠다”고 눈물로 하소연했습니다.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한 외국인 수녀님은 “한국인은 상당수가 에이즈에 걸릴 환경에 있으면서 에이즈 환자를 손가락질하는 이중적인 사고를 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특히 지적 수준이 낮고 에이즈에 대해 모를수록 에이즈환자를 경원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한 의대 교수로부터 “아들이 에이즈에 걸리면 부모는 죽을 때까지 병실을 지키지만 부모가 설령 수혈 때문에 에이즈에 걸렸다고 해도 자녀는 외면한다”고 세태를 전해들을 때 그 씁쓸했던 순간도 잊지 못할 겁니다.

에이즈는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유명한 회사의 사주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부’와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두 사람 모두 에이즈 양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비 신부가 미국 유학시절 백인 남성과 동거했다 감염된 것으로 판명이 났죠. 에이즈는 직업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환자 중에 스님, 목사님, 신부님도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에이즈 예방사업을 벌이고 환자를 돕기 위해 파는 에이즈 목걸이)

이 병은 수혈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100%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콘돔 이용을 비롯한 적절한 성생활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에 걸려도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처럼 병을 관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이즈에 걸린 여성도 약만 복용하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으며, 모유를 먹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병은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 꺼림칙하다며 쉽게 손가락질하는 편견이 아닐까요?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에는 지독히 다랍고, 남을 욕하고 이용하는 자신에게는 지독히 너그러운, 그 좁고 삐뚠 마음 아닐까요?

폴 매카트니의 명곡

1942년 오늘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비틀스 시절 노래 중에서 ‘Because’와 ‘Let It Be’ ‘Goodbye’를 준비했습니다. 코메디닷컴의 엔돌핀 발전소에서는 비틀스의 ‘Yesterday’(다른 분위기의 두 곡) ‘Hey Jude’ ‘Something’ ‘Come Together’, 윙스의 ‘Silly Love Songs’ ‘With A Little Luck’ ‘Mull of Kyntire’, 스티비 원더와 함께 부른 ‘Evony and Ivory’ 등의 명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코메디닷컴 오픈 한 돌을 맞아 그동안 화제가 됐던 동영상 중에 ‘애플교 교주’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 졸업식 연설을 다시 준비했습니다. 요즘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힘이 드시는 분은 이 동영상 다시 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Because

▶Let It Be

▶Goodbye

▶스티브 잡스의 연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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