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이성주의 건강편지]김수영의 버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김수영의 ‘파밭 가에서’>

1968년 오늘 ‘자유의 시인’ 김수영이 인도에 돌진한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그날 밤 김수영은 늦깎이로 데뷔한 소설가 이병주, 그저께 세상을 떠난 한국일보 정달영 기자 등과 함께 1차 소주, 2차 맥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그는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애마(愛馬) 폭스바겐으로 모시겠다는 이병주의 제안을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폭스바겐에 종주먹질을 했다고 하죠? 그는 집 부근의 시내버스 종점에서 내려 인도에서 비틀비틀 걸어가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날, 그 밤이 벌써 40년이 지났네요.

김수영은 ‘풀잎’ ‘눈’ ‘사랑의 변주곡’ ‘거대한 뿌리’ ‘꽃잎’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등 숱한 절창을 남겼지만 저는 ‘누이의 방’이나 이 노래 같은 서정적 느낌의 시가 좋습니다.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구입니다.
장자(莊子)의 빈 배가 떠오릅니다. 얻으면 잃는 것처럼, 버리고 비운다는 것은 곧 얻는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왜 사람들은 비우지를 못하고, 작은 것을 얻으려고 아둥바둥대서 결국 큰 것을 잃을까요?

의학 마당에서도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보다,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에 사는, 여유있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 수많은 연구조사 결과 진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만이라도 빈 배처럼 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늘 그러시고 계시죠?   

1년 동안 여러분이 사랑한 음악

어제 코메디닷컴 홈페이지가 오픈한지 1년이 됐습니다.
코메디닷컴은 1년 만에 건강 의료 포털 분야 2위에 올랐고 올 연말이면 확고한 1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건강 콘텐츠사업에서 작은 수익을 좇아가기 보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면, 여러 일들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1년 동안 코메디닷컴의 엔돌핀발전소에 올랐던 음악 중에서 여러분들이 특히 사랑하신 곡 3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첫 곡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노래이고, 뒤의 두 곡은 모두 올해 내한공연을 가진 세계적인 음악가의 곡입니다. 안네 소피 뮤터와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여러분의 귀를 즐겁게 해 드릴 겁니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

▶베토벤 봄 소나타 1악장

▶스칼라티 소나타 141번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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