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 이기는 길에도 난관이 쌓여 있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송촌 지석영
천연두 이기는 길에도 난관이 쌓여 있었다
세월이 쏜살같습니다. 벌써 2월입니다. 2월을 가리키는 ‘Feburary’는 정화(淨化),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입니다.
1935년 정화하는 달의 첫날, 송촌(松村) 지석영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송촌은 아시다시피 두창(痘瘡), 마마, 손님 등으로도 불린 천연두의 퇴치에 앞장 선 선각자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마을에서 얼굴이 얽은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천연두를 앓은 사람이었죠.
천연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이 병은 세계사도 바꾸었습니다.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침략할 때 1억 인구 중 90% 이상이 이 새 전염병 때문에 숨졌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어릴적 이 병에 감염돼 면역력이 있었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은 그렇지 않아 속수무책이었던 것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병은 영국 시골의 개업의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진압되기 시작합니다.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성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우두를 백신으로 개발했습니다.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너가 우두를 개발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전염병이 사람의 시체에서 옮긴다는 ‘장기설’을 ‘감염설’보다 더 신뢰했습니다. 어떤 의사는 우두 백신을 접종받고 1년 뒤 얼굴이 소와 같이 변형된 아이가 있었다고 보고하는가 하면 백신을 접종받은 소녀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걸리는 옴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종두법에 대한 정보는 1790년 초정 박제가에 의해 전해졌으며, 1798년 다산 정약용의 《마과회통》에도 소개돼 있지만 우두법을 본격 시행하려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송촌은 스승 박영선으로부터 일본인이 쓴 종두법 책을 본 터에, 조카가 마마에 목숨을 잃자 다섯 냥만 들고 부산의 일본 해군병원 제생의원으로 찾아가 우두법을 배웁니다.
그는 처가에 가서 두 살 난 처남에게 우두법을 시행하려고 하자 장인은 “아이를 죽이려고 하느냐”고 펄쩍 뜁니다. 송촌은 사위를 미친놈으로 아는 장인과 연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접종을 시도합니다. 우리나라 첫 백신 접종의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아기처남은 사흘 뒤 탈 없이 우두자국이 올라왔습니다.
“과거에 급제했을 때와 귀양살이에 풀려났을 때 정말 기뻤지만, 그래도 우두접종에 성공한 때의 기쁨에 비할 바 못된다.”
하지만 송촌 역시 저항에 부딪힙니다. 우두법은 일본 앞장이인 개화파가 백성을 해치려고 도입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보급에 애로를 겪습니다. 결국 모함 때문에 전남 강진군 신지도에 유배를 갑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우두접종을 하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미친 사람”이라며 그를 슬슬 피했다고 합니다.
그는 경성의학교 교장으로 의학교육에도 힘썼고, 한글 보급에도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한마디로 선각자였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도 일부 진보주의자는 송촌의 배경에는 일본제국주의가 있었다고 비판합니다. 세상에는 무엇을 하려고 전력을 쏟는 사람과 남의 흠을 잡으려고만 눈을 번득이는 두 종류가 있는 걸까요?
지금은 제너나 송촌 같은 사람들 덕분에 온 세계가 천연두의 공포에서 해방됐습니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77년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환자가 발견된 뒤 환자가 보고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천연두가 생물무기로 쓰인다면 인류 전체의 재앙이 될지도 모르지만….
산울림의 노래
산울림의 막내 김창익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폭설이 내린 가운데 직원 대신 지게차를 운전하다 사고로 숨졌다고 합니다.
산울림의 노래 두 곡을 준비했습니다.
▶아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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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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