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행복은 더없이 크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입동 까치밥
나누는 행복은 더없이 크다
들판에 서리꽃이 폈다
고엽이 죽은 새떼마냥
뒹구는 새벽 들판,
장롱 속 겨울내복 꺼내 입을 때
가난한 집 애들 생각을 한다
겨우내 맨발로 사는 그집
서리들판에서 이삭줍는
들쥐네 자식들 발 시리겠다
<장석주의 ‘입동’(立冬) 전문>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의 ‘옛 마을을 지나며’ 전문>
오늘(11월 8일)은 겨울이 시작한다는 입동(立冬)입니다.
조상들은 가을 수확의 흐뭇함을 뒤에 남겨두고 겨울채비를 했습니다. 이때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감을 따는 농부는 배고플 까치를 위해 감 몇 개를 남겨뒀는데 이를 ‘까치밥’이라고 합니다. 자연 속 동물도 한 식구로 여기는 우리 민족의 포근한 마음이 그립습니다.
또 벼를 추수한 뒤 논에 떨어진 이삭은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 입에 풀칠을 하기 힘든 누군가의 것으로 여겼습니다.
입동 무렵의 가장 큰 일은 김장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김치의 상큼한 맛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배추 출하가 늦어져 1주 뒤에 김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도 김장을 하면 몇 십, 몇 백 포기씩을 해서 이웃과 나눠 먹었습니다. 요즘은 할인점에서 맛있는 김치를 구할 수가 있지만, 김장 날 어머니가 남겨준 김장속으로 밥을 비벼서 갓 담근 김치를 쭉쭉 찢어서 먹는 그 맛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기분 좋은 포스터가 붙어있더군요. 제가 사는 용산구에서 ‘사랑의 김장 5만 포기 담그기’ 행사를 진행한다며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2~14일 하루 2000명씩 모두 6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다고 합니다. 누군가 일회성 이벤트라고 폄훼할지 모르겠지만, 이 김치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훌륭한 건강식으로 나눠진다는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집니다. 지난해 이 행사에 참가했다 몸살이 났다는 아내가 대견하기도 하고요.
입동에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는 조상의 푼푼한 마음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뇌 영상학의 연구 결과 뇌는 나눌 때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겨울 초입, 행복감을 느끼시길 빕니다.
자녀에게 나누는 행복 가르치기
①쓸 수 있는 헌옷, 가방 등은 재활용품 수거함에 버리는 것을 생활화한다.
②매사에 감사하고 그날 고마웠던 일을 기록하고, 선행을 하는 위인의 영화나 책을 본다.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몸이 따라온다.
③아름다운 가게(www.beautifulstore.org)나 구청의 나눔장터 등에 물건을 기증하거나 그곳에서 물건을 산다.
④자선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소액이라도 기부하기 시작한다.
⑤모교나 자녀의 학교에 필요한 물건을 기증한다.
⑥종교단체나 사회단체를 통해 기부 또는 봉사활동을 한다.
⑦가족이 함께 구청이나 각종 단체에서 주관하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다.
⑧무엇보다 자녀가 사회에서 성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어떤 길인지에 대해 부모가 숙고해야 한다. '1등주의'로는 1등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126호 ‘세브란스의 기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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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오늘은 1980년 내한공연으로 우리나라에서 난리가 났던 레이프 가렛이 태어난 날입니다.
한국 공연 때 여학생들, 참 광적이었죠. 그의 노래를 선물로 드립니다.
▶Leif Garett의 'I was made for dancing'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445&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그러나 레이프 가렛은 더불어 사는 삶을 외면했습니다. 자신이 모는 차에 탔다가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친구를 돕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소송으로 갔습니다.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시겠습니까? 역시 자신의 얼굴은 자신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레이프 가렛의 요즘 얼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