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공연장, 건조한 목이 기침 부른다
[이성주의 건강편지]공연장 기침
건조한 공연장, 건조한 목이 기침 부른다
어느듯 10월의 마지막 날, 청명(淸明)한 하늘, 삽상(颯爽)한 바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날씨입니다.
가을하늘이 새파란 것은 건조한 날씨 때문입니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가장 덜 흩어지며 가장 많이 살아남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가을에 연주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것도 건조한 날씨와 관련이 있는데, 습도가 50~60%로 낮을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가 가장 청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지난 일요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강동석의 희망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강동석은 2000년 대한간학회와 다국적 제약회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요청에 응해 8년째 간염 환자를 위해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는 매년 세계 각국에서 50~60회의 콘서트를 열 정도로 바쁘지만, 10월이면 이 콘서트를 주관하기 위해 어김없이 내한합니다. 수익금은 모두 간염 환자를 위해 쓰이고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청중의 기침소리가 유독 잦았습니다. 한 아주머니는 연주회 도중 기침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리더군요.
공연장의 기침은 음악계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원래 강의실이나 공연장에 사람이 100명 정도 모이면 1분당 2.5회의 기침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가들의 공연실황 앨범에서는 청중의 기침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용한 공연장의 기침은 많은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죠. 특히 악장과 악장 사이도 연주의 일부분인데도 악장이 끝나자마자 참았다는 듯 기침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예민한 청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곤 합니다.
1999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의 공연 도중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3악장 라르고에 접어들자마자 지휘석에서 내려와 무대 뒤로 나가버렸습니다. 객석 앞자리 한 귀퉁이에서 나는 끈질긴 기침소리에 신경이 거슬린 것이죠. 그가 퇴장하는 순간 청중도 속이 후련한 듯 일제히 박수를 보냈고 마주어는 2분 뒤 관중의 박수갈채 속에서 등장해 나머지 연주를 마쳤습니다.
그는 나중에 “인간의 고뇌하는 모습을 아주 느린 템포로 아름답게 묘사해야 하는 대목인데 빠른 기침 때문에 나, 오케스트라, 청중 그 누구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피아니스트 베네데티 미켈란젤리가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청중이 기침을 세 번 했다고 해서 앙코르를 거부하는 등 기침과 관련한 일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기침은 신경을 쓸수록 더 나오기 십상입니다. 또 기침은 목이 건조하면 심해지므로 공연 전에 따뜻한 물을 한두 잔 마시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목 캔디를 준비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단, 공연 중간에 꺼내먹으며 바스락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기침을 할 때 헛기침을 해서 목을 가다듬는데, 헛기침은 목을 자극하므로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연장이나 주요한 회의, 강연에서 기침을 참느라 고생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기침도 원리를 알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건조한 공간, 촉촉한 목'을 명심하면 됩니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가을 기침은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떠올리게 합니다.
‘낙엽’하면 국내 최초의 슈퍼그룹 키보이스 출신의 차중락이 부른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 연상됩니다.
이 노래의 원곡을 준비해 봤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For Anything that's Part of you’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For Anything that's Part of you’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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