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장애는 올 수 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 세상을 떠난 슈퍼맨
누구에게나 장애는 올 수 있다.
2004년 오늘(10월 10일)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리브는 1995년 승마경기에 참가했다가 낙마(落馬), 척수 손상으로 온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장애인의 권익 보호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애쓰다가 이날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리브는 ‘강한 미국’의 상징이었기에 리브의 사망 소식에 미국 국민들은 특히 안타까워했습니다.
리브는 척수 수술 뒤 의식을 차리고 묵묵히 곁을 지키고 있는 아내 다나에게 “비록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함께 있겠다고 혼인서약을 했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며 이별에 대한 의중을 물었습니다. 다나는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며 내 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리브와 다나는 크리스토퍼 리브 재단을 세우고 장애인들을 돕는 활동을 전개합니다. 리브는 미국 의회에 출석해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보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요청하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인들이 장애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두 사람은 온몸이 마비된 장애인이 평생 한번이라도 일어서는 꿈을 이루도록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를 풀 것을 주장했고 이에 대한 연구비 6000만 달러를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리브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다나도 이듬해 사랑하는 남편의 길을 따라갑니다. 다나는 평생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리브를 바라보며 숨이 끊기는 고통을 속으로 삭혔던 탓일까요?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한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이들은 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한 다음 유전자를 조작해서 장기적으로 질병의 실체를 규명할 길을 닦은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슈퍼맨도 강원래도 일어서게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그 길은 멀기만 합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뇌와 신경 등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가 쌓이고 쌓인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난치병으로 여기는 질병도 치유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 전에는 장애인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사람이 신경 써야 합니다. 슈퍼맨도 장애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장애인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
①장애인을 불구자, 정신지체를 정신박약으로 말하는 등 잘못된 용어를 쓰지 않는다.
②정신지체 환자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반말을 하는 등 장애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 장애라는 증거이다.
③수화를 몇 단어라도 익힌다. 간단한 인사가 사랑을 전한다. 청각장애인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을 함부로 하는데, 청각장애인 대부분은 욕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④택시를 잡는데 힘들어하는 장애인을 만나면 돕는다.
⑤엘리베이터, 회전문 등 건물 시설 때문에 쩔쩔 매는 장애인에게 다가가 미소를 짓고 돕는다.
⑥장애인의 부모에게 자녀 중에 또 장애인이 있느냐고 묻는 등 생각없이 말하지 않는다.
⑦장애인 차량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지 않는다.
⑧운전 중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애인을 보면 서행한다.
⑨어린이가 장애인을 보며 "왜 저래?"라고 물었을 때 "엄마 말 안 들어서 그래"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말고 장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한다.
⑩장애인과 친구가 되는 것에 주저하지 말고, 자녀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