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꽃 핀 음악감상실
[이성주의 건강편지] 르네상스의 추억
낭만이 꽃 핀 음악감상실
좋은 음악은 사람을 깊고 그윽하게 만듭니다. 공자는 ‘바른 마음은 시로 일으키고, 예의로 세우며, 음악으로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고 했습니다. 공자 자신은 30대에 소(韶)라는 음악을 듣고 그것을 배워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잊을 정도로 심취했다고 하죠.
1994년 오늘(8월23일) 1960~70년대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많은 이에게 꿈과 낭만을 전해줬던 서울 종로1가의 고전음악 감상실 ‘르네상스’의 주인장 박용찬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르네상스’는 부활(復活)이라는 뜻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낭만(浪漫)의 상징이었습니다. 가난한 대학생들의 쉼터였고 문화 예술인의 사교장이었습니다.
박 씨는 전쟁통이었던 1951년 대구 향촌동에서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고, 그곳은 문인들과 예술가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외신기자들은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바흐의 음악이 들린다”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박 씨는 59년 서울로 올라와 ‘부활의 시대’를 엽니다.
명기(名器)인 매킨토시 앰프에 JBL 하츠필트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웅장한 소리는 천일사 별표전축, 독수리표 전축으로 갈증을 풀던 고전음악 애호가에게 천상의 소리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당시 대학생들은 르네상스와 명동 ‘필하모니’에서 음악을 듣고 프랑스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문화적 갈증을 달랬습니다.
지금은 MP3에 CD도 밀려났지만, LP판 중심의 르네상스는 가정용 오디오와 CD의 보급으로 경영난을 겪다가 1987년 문을 닫습니다. 박 씨는 음악기기와 LP판을 문예진흥원에 기증했고,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그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참 묘하게도 ‘르네상스’처럼 LP판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 서울대 의대 교수들과 LP 판이 벽을 가득 채운 카페에서 70년대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었습니다. 가끔은 낭만을 모른 채 이악스럽게만 큰 젊은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젖어보세요. 때로는 감상(感傷)과 낭만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트레스에 젖어 사는 사람에게는 말입니다.
음악 한 곡 드립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입니다. 국내에서 이 곡은 무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다니엘 샤프란의 연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오늘은 헝가리의 안드라스 쉬프와 미클로스 페레니의 협주로 들어보시죠. 낭만파 특유의 우수와 비애가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된 음악입니다. 직장에서 이 편지를 받으신 분은 일에 지장이 없도록, 음악을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듣기
http://www.youtube.com/watch?v=KT1n-woNg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