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후 첫 의학드라마"...'중증의료센터'가 담아낸 것과 놓친 것

현실 잘 묘사한 '판타지 활극'이지만... "영웅에 집중해서는 안돼"

넷플릭스의 의학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판타지적 요소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지만, 현실 의료체계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진=넷플릭스]
국내 드라마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를 담당하던 메디컬(의료) 드라마 장르가 부활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국내에서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중증외상센터'는 배우 주지훈이 천재 외상외과 전문의 '백강혁' 역을 맡아 열연한 것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글로벌 OTT 플랫폼 콘텐츠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은 '중증외상센터'가 시리즈 부문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넷플릭스에서도 1위에 오르며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판타지와 현실 섞인 '의료 히어로물' 큰 호응

의료계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두고 갈등을 시작한지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중증외상센터'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의정갈등으로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2월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공의들이 대규모 사직을 결정하자, 같은 해 5월 방송 예정이었던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편성을 보류하고 방영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은 천재 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이 헬리콥터를 직접 몰다가 밧줄만 들고 뛰어내리고,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환자의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하는 등 여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중증외상센터'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의료 현실을 반영한 현실적인 장면들도 화제다. 인력이 부족해 피곤에 찌든 당직의는 퇴근 10분을 남기고 응급 전화가 들어오자 "10분만 버티면 된다"며 애써 전화를 무시한다. 작중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인 '한국대병원'의 경영진은 "백강혁이 환자를 살릴 때마다 병원 적자가 심해진다"며 인사개편을 통해 백강혁을 해임할 것을 추진하기도 한다.

의과대학 재학 시절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펠로우(전임의)가 응급 수술이 없고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이유로 항문외과를 지망하는 모습에선 최근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도 겹쳐 보인다.

드라마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

다만 현실의 의료체계를 볼 때는 '중증외상센터'가 다루지 못한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자칫 현실의 응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백강혁이라는 영웅이 없기 때문'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8일 코메디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실의 권역외상센터나 응급의료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다양한 선행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것을 막고, 중증 응급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이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실정에 맞는 응급환자 분류도구도 더 널리 정착해야한다고 봤다. 사고 현장에서부터 응급환자를 증상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고 가장 적절한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등 초기 처치부터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가 전국 응급실에 의무 적용됐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특히 국민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내에서는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중증도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증외상센터'에 이어 여러 의학 드라마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가 오는 3월 공개 예정이며, 과거 두 차례 방영이 보류됐던 '언젠가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역시 오는 4월 편성이 확정됐다. 의정 갈등이라는 변수를 딛고 의학 드라마가 과거의 화제성을 회복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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