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이사장은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담배소송’ 항소심의 제11차 변론에 소송당사자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에 약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어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의 소송이다.
2020년 1심에서 재판부는 “개인의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여부 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흡연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변론에서 정 이사장은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설령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질병의 발생과 악화를 촉진하는 기여인자”라며 “담배회사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간접흡연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며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교과서에서도 가르치는 진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4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쌓은 호흡기내과 전문의다.
그는 “법원의 판결이 유지된다면, 이는 ‘흡연을 적당히 관리하라’고 말하는 꼴”이라며 “의료 선진국 반열에 든 대한민국에서도 뒤늦게나마 의학적 근거를 인정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믿음을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