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은퇴한 후 술 적당히 마시면…우울증 덜 느낀다?

“그렇지만 과음으로 이어져, 우울증 더 심해질 위험 높아”

"술 한 잔도 건강에 해롭다"고 전문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주도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은퇴자가 술을 적당히 마시면 우울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자는 아직 일하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을 더 많이 느끼며, 술을 적당히 마시면 우울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몬스대, 칠레 마요르대 공동 연구팀은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한 ‘건강 및 은퇴 연구’ 참가자 2만757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은퇴할 무렵에 평소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는 여전히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우울증 증상(평균 0.04개 더 많은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음을 하는 은퇴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은퇴자에 비해 더 많은 우울증 증상(평균 0.07개 더 많은 증상)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음은 여성은 하루에 4잔 이상, 남성은 하루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걸 뜻한다.

그러나 술을 적당히(여성 하루 1~3잔, 남성 하루 1~4잔) 마시는 은퇴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은퇴자에 비해 더 적은 우울증 증상(평균 0.09개 더 적은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시몬스대 크리스티나 셀러스 부교수(사회복지학)는 “적당한 음주는 상당수 은퇴자의 우울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퇴 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도리어 우울증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우울증, 알코올 사용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은퇴자가 과음하지 않고 건전하게 여생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퇴자 폭음률은 60~64세 20%, 65세 이상 11%...노인의 약 17%가 우울증 앓아

연구팀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평균 14년에 걸쳐 2년 마다 삶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를 벌였다. 알코올 사용에 관한 설문에서는 자난 주에 술을 마셨는지, 마셨다면 보통 몇 잔을 마셨는지 등을 물었다. 또한 우울증에 관한 설문에선 지난 주에 슬픈 기분이 들었는지, 모든 게 힘들었는지 등을 물었다. 연구팀은 우울증을 특정 방법(CESD-8의 축소 버전)을 이용해 측정했다. 참가자는 평균적으로 우울증 증상 8개 중 1.4개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우울증은 전 세계 3억명에게 영향을 미치며, 노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17.3%나 된다. 전통적인 역할이론에 따르면 은퇴해 일하는 역할을 잃으면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알코올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은 일종의 ‘대처 메커니즘’으로 알코올에 의존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퇴자의 음주 비율이 높아지고 알코올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약물 사용 및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 결과(2020년)를 보면 60~64세의 폭음률은 20%, 65세 이상의 폭음률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층은 알코올 대사율이 낮아 술에 취한 상태가 오래 간다.

술로 인한 암의 약 50%, 가벼운 음주나 적당한 음주로도 발생 가능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마요르대 디아즈 발데스 박사는 “은퇴 후 적당한 음주는 우울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 사회화를 통해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술을 마시면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높아지고, 의존성이 생기고, 건강을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이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알코올과 관련된 암의 약 50%는 가벼운 음주나 적당한 음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은퇴 후 적응은 썩 쉽지 않지만, 알코올에 의존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연구팀은 국가와 사회가 더 건강한 대안을 찾아 은퇴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층은 우울증 검사를 받고, 음주량을 평가받는 게 바람직하다. 이 연구의 한계는 퇴직과 그에 준하는 상태, 자발적 퇴직과 강제 퇴직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참가자의 음주량에 대한 답변 내용도 부정확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Testing the mediating mechanism of alcohol use on the association between retirement and depressive symptoms in the United States using generalized mixed effect models)는 ≪노화와 정신건강(Aging & Mental Health)≫ 저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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