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치료제 시장 게임체인저?...J&J 이어 길리어드까지 탐내는 'STAT6'
길리어드, 레오파마와 STAT6 치료제 개발 위한 파트너십 체결
STAT6 억제제가 글로벌 염증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길리어드, 존슨앤드존슨(J&J), 사노피 등 주요 제약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STAT6는 세포 신호전달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면역과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의 신호 전달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STAT6를 억제하면 과도한 면역반응과 염증을 억제할 수 있으며, 천식, 아토피,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레오파마와 경구용 STAT6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염증성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한다. 레오파마는 길리어드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3600억원)의 선지급금을 포함해 최대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받는다. 길리어드는 소분자 경구용 STAT6 치료제를 개발, 제조 및 상용화할 수 있는 글로벌 권리를 갖게 된다.
STAT6 관련 대규모 딜을 체결한 건 길리어드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존슨앤드존슨은 일본 제약사 카켄과 STAT6 기반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J&J는 카켄의 ‘KP-723’의 글로벌 개발과 제조,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계약금 3000만달러(약 440억원) 포함 총 12억4750만달러(약 1조8350억원) 규모 계약이다. 이를 아토피피부염(AD)의 염증,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7월에는 사노피도 경구용 STAT6 억제제를 개발하기 위해 레클루딕스 파마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지난해 4월에는 뉴릭스 테라퓨틱스와 STAT6 분해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협력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 제약사들의 투자가 이어진다는 것은 STAT6 억제제가 염증 질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천식이나 알레르기 치료제로 사용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는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STAT 억제제는 면역 과활성화의 주요 원인을 표적으로 삼아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약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사노피의 ‘듀피젠트’ 등 IL-4/IL-13 억제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STAT6를 직접 억제하는 약물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듀피젠트는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약으로 출시 이후 2018년 2억유로(약 3000억원)에 그쳤던 글로벌 매출이 2020년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2022년 40억유로(약 6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30억유로(약 19조5000억원) 매출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듀피젠트는 피하주사제로 자가 주사가 가능하지만, 주사제 특유의 불편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성 염증성 질환에서는 경구용 제제가 더 편리하고 순응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구용 STAT6 억제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되면 기존 주사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STAT6 억제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는 중외제약이 있다. 중외제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인 크리스탈파이와 함께 STAT6 표적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협력 연구를 통해 STAT6에 결합력을 가진 저분자 선도물질을 확보했으며, 이를 최적화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