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피곤하고 힘 없는데"...의사는 이상없다 해, 왜?
비타민D, 비타민B12, 오메가-3지방산 등 ‘필수영양소 부족’이나 술 탓일 가능성
피로감과 무기력감은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뚜렷한 병이나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도 최근 몇 달 동안 피곤하고 지친 적이 있다면, 필수영양소 부족이나 음주 후유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3.5%가 최근 3개월 동안 매일 또는 거의 매일 매우 피곤하거나 지친다고 답변한 조사 결과(2022년)가 있다. 이 조사에선 특히 18~44세 여성의 20% 이상이 심한 피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주립대 빙햄턴 캠퍼스 리나 베그다체 부교수(영양학, 세포분자생물학)는 “피로감은 식단과 생활방식의 선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비타민D, 비타민B12, 오메가-3지방산 등 ‘필수 영양소 부족’이나 과음 후유증이 심한 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의 40% 이상은 비타민D가 부족하다. 이는 피로, 뼈 통증, 근육 약화, 기분 장애 및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비타민D는 연어, 정어리, 민물 무지개 송어, 강화 유제품, 달걀 노른자 등 지방이 많은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채식주의자와 비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으로는 강화 식물성 우유와 곡물, 일부 버섯을 꼽을 수 있다. 하루 비타민D 권장 섭취량은 600 IU(국제단위)다. 다만 70세 이상은 800 IU, 12개월 미만 유아는 400 IU다. 연어 150g엔 약 800IU의 비타민D가 함유돼 있다.
성인의 약 20%는 비타민B12가 부족하다. 이는 에너지 생산을 방해하고 빈혈 및 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B12 부족은 특히 고령자, 임산부 및 수유부, 염증성장질환 등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비타민B12는 주로 육류, 생선, 유제품, 달걀에 함유돼 있다. 채식주의자에겐 비타민B12 보충제 복용이 필요하다. 만 4세 이상 어린이의 하루 권장량은 2.4마이크로그램(μg)이다. 이는 참치 약 85g, 연어 약 150g에 해당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충제를 복용하려면 약사 의사 등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40~59세 미국 성인의 약 87%, 60세 이상의 약 80%가 식이 권장량을 충족할 만큼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임산부도 마찬가지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부족하면 피로감이 몰려오고, 불안·우울감이 심해지고,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의 가장 좋은 공급원은 지방이 많은 생선이다. 완전 채식주의자라면 아마씨, 치아씨드, 호두로 이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생선 속 오메가-3 지방산이 식물 속 오메가-3 지방산보다 체내 흡수율이 더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아마씨는 껍질이 단단해 소화 흡수가 잘 안 된다. 분쇄된 아마씨를 먹는 게 좋다.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흥분이 사라지면 피로감이 몰려올 수 있다. 알코올은 독성 물질이다. 이는 몸이 영양소보다 신진대사를 더 중시하도록 한다.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수화물과 지방의 사용을 줄이게 된다. 알코올은 비타민B의 흡수를 방해해 에너지 생산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피로감을 줄이려면 식단 조절과 함께 햇빛을 찌고 운동, 수면 개선, 스트레스 관리에 힘써야 한다. 햇빛을 30분 정도 쬐면 비타민D를 만들 수 있다. 겨울철에는 특히 햇빛 노출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운동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몸이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통증이나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몸안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분비하도록 도와준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향상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근력 운동 등 신체활동을 매주 150분 이상 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몸의 자연적인 회복이 더디고 에너지와 집중력이 떨어진다. 매일 밤 7~9시간의 숙면을 취해야 한다. 휴대폰, 컴퓨터 등 스크린을 피해야 한다. 독서, 명상, 가벼운 스트레칭 등 활동은 몸에 잠을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므로 숙면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