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여파?...증권가, 한미약품 목표가 줄하향
지난해 4분기 한미약품 실적, 컨센서스 밑돈 듯
한미약품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증권가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영권 분쟁 여파와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했던 마일스톤의 부재, 늦은 독감 유행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0일 DS투자증권, LS증권, 다올투자증권은 한미약품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보다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반영한 것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한미약품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한 3436억원, 영업이익은 56.2% 줄어든 307억원을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년 동기 대비 마일스톤이 부재해 기저효과로 작용했으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경영 불안정 등의 요인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4분기 한미약품은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MK-6024’ 임상2b상 진입에 따라 MSD로부터 180억원의 마일스톤을 받았다.
이어 “북경한미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 733억원,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74% 감소했다”며 “12월 한미약품 주주총회 당시 한미약품은 룬메이캉(북경한미 유통 담당)이 북경한미에 지불할 장기미회수채권 미납금이 증가했고, 그 결과 실적 악화로 직결되었다고 밝혔는데 12월까지 해당 이슈는 지속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경영권 갈등 봉합 기류가 마련된 만큼 올해는 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영권 분쟁 종식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과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점진적으로 실적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올해 비만치료제 ‘HM15275’ 임상1상 결과 발표 등 연구개발 모멘텀(상승동력)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에 목표주가는 기존 44만원에서 14% 하향한 38만원으로 제시하되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다.
신지훈 LS증권 애널리스트는 북경한미의 매출 부진 이유로 뒤늦은 호흡기 질환 유행을 꼽았다. 북경한미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평년 대비 따뜻한 기온의 영향으로 호흡기 질환 약물이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독감과 중국 내 HMPV(메타뉴모바이러스) 등 호흡기 질환 유행이 뒤늦게 시작되며 관련 매출이 올해 1분기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여파가 지난해 4분기까지 지속된 가운데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올해 말 MK-6024 임상 2b상이 종료되고, 근손실 방지 비만치료제 ‘HM17321’의 연내 임상 진입 등 핵심 R&D(연구개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38만원으로 내리고, 매수의견은 유지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간 추정치 하향으로 적정 주가를 39만원으로 하향한다”면서도 “올해는 주요 품목 로수젯의 매출 성장과 당뇨 복제약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신규 매출 반영, 북경한미와 한미정밀화학 실적 회복으로 연간 매출액 1조6362억원, 영업이익 234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대립하며 시작된 갈등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모녀 쪽에 가세해 4자 연합을 형성했다. 최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4자 연합에 보유 지분 5%를 매각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