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독감 유행에 8년 만에 환자 최대치..."길면 5월까지 지속"
의료계 “백신 미접종자, 지금이라도 접종해야”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8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연상케 하는 유행세에 개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H1N1 바이러스와 H3N2 바이러스)로, 모두 A형이다.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한 번에 유행하는 흔치 않은 상황에, 코로나19 입원환자까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마지막 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수는 73.9명으로, 이는 2016년 86.2명을 기록한 이후 최대 수치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이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이유로 ‘예년보다 미비한 백신접종률’을 꼽았다. 통상적으로 독감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선 65세 이상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어야 한다. 이번 겨울 백신 접종률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의료계는 80%를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엄 교수는 “전문의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을 하시라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독감의 유행세가 길면 오는 5월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설 연휴 이후로는 B형 독감의 유행세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 백신을 맞는 것도 늦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설 연휴를 앞두고 독감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임신부, 생후 6개월~13세 등을 대상으로 24-25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면 방어 항체가 형성된다. 건강한 성인 기준 70~90%의 예방 효과가 있다”며 “백신은 감염 예방 이외에도 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증상이 나타나는 등 독감에 걸린 환자들에 대해 엄 교수는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확진을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항바이러스제는 현재의 증상을 완화하는 한편, 질병의 추가 전파를 막는 역할을 한다”며 “열이 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 없이 빠르게 진단받아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예방수칙으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시 옷소매나 마스크로 가리기 △유증상자와 접촉 피하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엄 교수는 “고위험군이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증상자나 확진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