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인'과 ‘선풍기 아줌마’…성형수술이 남긴 경고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지난주, 미국의 유명인 조슬린 윌든스타인(Jocelyn Wildenstein)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확한 생년은 알려지지 않아, 향년 79세 또는 84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조슬린 윌든스타인은 '고양이를 닮고 싶어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루머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조슬린 와일든스타인'으로 보도된 경우가 많았으나, 실제 발음에 더 가까운 표기는 '조슬린 윌든스타인'입니다.)
1999년, 그녀는 수조 원대의 이혼 합의금을 받고 미술상이자 사업가였던 남편과 21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조슬린은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꾸준히 부인하며, 사망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보톡스 시술을 두 번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굴의 변화와 관련해 거듭된 안면 성형과 주사 시술을 받았다는 증거는 매우 많습니다. 당시 그녀의 수술 동기가 남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피플 People 지는, 그녀가 늘 시술이나 수술을 받아서 '항상 회복 중' 이었다는 조슬린의 친구의 이야기를 싣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그녀가 '고양이를 닮고 싶어'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를 들여 고양이 같은 외모로 바꾸는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양이처럼 되기 위해 수술했다'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굴 주름을 당겨 펴는 안면거상술과 상안검 성형술, 외안각 고정술 등의 시술이 그녀의 얼굴에 큰 변화를 가져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안면거상술이 피부를 위쪽과 바깥쪽으로 당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눈매가 지나치게 치켜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고양이처럼 보이는 눈매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1980~90년대에 액상 실리콘이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주사를 이용해 녹일 수 있는 현재의 히알루론산 필러와 달리 액상 실리콘은 제거가 용이하지 않고, 얼굴의 조직을 늘어나게 하여 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거듭된 불법 주사시술로 얼굴이 부풀어 올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 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조슬린 윌든스타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미용수술, 시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첫 번째는, 수술의 동기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성형외과학 교과서의 첫 장은 ‘성형수술을 하면 안 되는 환자’를 구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수술을 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사례가 바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진 환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트너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경우입니다. 성형수술은 온전히 자신을 위한 선택이어야 합니다. 수술의 목적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라면,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타인의 반응에 좌우되어 결국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수술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부기가 채 빠지지 않았음에도 불만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혹은 애인)이 예쁘다고 하지 않아요"라는 이유가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이런 동기로 시작된 수술은 결과가 좋아도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거듭된 시술이 조직의 탄성을 잃게 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슬린의 경우, 액상 실리콘을 주입한 이후 조직이 늘어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 시술을 받으면서 악순환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히알루론산 필러는 과거의 액상 실리콘보다 분명 안전하지만, 반복적인 시술이 조직을 늘어나게 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현실에도 닿아 있습니다. 간단한 미용시술이 더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며 수요를 부추기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쉽게 시술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자연스럽고 빠른 노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테이프를 붙이다 피부가 늘어나 이후 수술이 더 어려워지는 사례처럼, 젊은이들의 얼굴에 반복적으로 주입되고 있는 필러가 이후 수술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얼굴을 만들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조슬린 윌든스타인의 사례는 성형수술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현실적인 제약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형수술이나 약물에 빠지는 모습은 세계적으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성형외과를 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조슬린 윌든스타인의 이야기를 단순히 외국의 별난 성형 중독 사례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사례는 값싼 미용 시술이 난무하는 국내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