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준 낮을수록 자살 위험 커진다는 '절망의 죽음' 이론...국내는?
고려대 연구팀 “초졸 이하 남성 자살률, 대졸 대비 최대 13배 높아”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일수록 자살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는 ‘절망의 죽음’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디턴이 미국인의 수명과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사했더니, 교육수준이 낮은 중년 남성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절망사’의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절망사는 약물 과다 복용, 알코올성 간 질환, 자살 등에 의한 죽음을 뜻하는 용어로, 디턴의 조사는 미국에서 저학력 중년들이 약물이나 술에 의지해 죽음에 이를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내에서도 이같은 ‘절망의 죽음’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30~44세 청년 남성들의 사회경제 요인과 자살률을 조사해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해당 연령에서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남성 집단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8.2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에는 251.4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국내 평균 자살률(27.3)의 약 10배에 이른다.
연구팀은 “국내 초졸 이하 남성 집단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 아마존의 과라니 부족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라니 부족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2명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졸 이하 청년 남성들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남성에 비해 모든 조사시기(1995~2020년)에서 더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으며, 격차가 가장 컸던 2015년 두 집단의 자살률은 13배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국내 자살률의 계층 간 격차가 크며,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높아진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기명 교수는 기존에도 국내 자살률의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난 2021년 기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가정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자살 생각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남성의 전 연령층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기 교수는 “자살은 개인의 정신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 예방을 위해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정책과정이 사회적 존중과 배려로 인식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