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 사람들도 '이것' 중독으로 머리 나빠졌다?

납 녹여 은 추출하는 방법 성행하며 현재 유럽 전체가 납에 노출

로마 황금기 당시 납 노출이 전체 인구의 IQ를 약 2.5~3포인트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납은 혈액이나 신체에 쌓일수록 치명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납 노출은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혈중 납 수치가 3.5µg/dl만 돼도 지능이 떨어지고 학습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IQ 테스트를 통해 측정한다.

정복하지 못했던 것이 없었던 로마 제국도 납 중독에 따른 건강 위험은 극복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로마 황금기 당시 납 노출이 전체 인구의 IQ를 약 2.5~3포인트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 연구를 진행하는 미국 사막연구소(Desert Research Institute, DRI)의 연구진은 수천 년에 걸쳐 얼음판이 쌓인 그린란드와 남극과 같은 지역의 얼음 코어 기록을 조사해 기원전 500년부터 기원후 600년까지 납 오염 수준을 파악했다. 이 시대는 로마 공화국의 부상에서 로마 제국의 몰락까지 포함하는 시대로 연구진은 특히 ‘팍스 로마(Pax Romana)’로 불리는 제국의 약 200년 전성기에 초점을 맞췄다.

얼음 속에 갇힌 가스 기포는 과거 시대의 대기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납과 같은 오염 물질은 광산과 산업 활동을 해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납 동위원소를 통해 이 기간 유럽 전역의 광산 및 제련 작업이 오염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대기 이동에 대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유럽 전역의 대기 납 오염 수준에 대한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 결과 로마 시대에 어린이의 평균 혈중 납 수치는 3.4µg/dl로 오늘날 미국 어린이의 약 3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평균 계산값으로 많은 어린이가 신경 장애의 위험이 큰 납 농도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이러한 납 노출 수준을 인지 저하 연구와 결합해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인의 IQ 수준은 최소 2~3포인트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갈리아, 북서부 아프리카, 이베리아, 브리타니아를 포함한 로마 제국의 대부분 지역에 해당한다. 사막연구소의 눈과 얼음 수문학자 네이선 첼먼 박사는 “IQ가 2~3포인트 감소하는 것은 별로 큰일이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이를 사실상 유럽 전체 인구에 적용하면 꽤 큰 변화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얼음 코어 기록에 따르면, 로마 제국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금속 채굴과 제련을 강화하면서 기원전 100년~서기 200년 대기 중 독성 납 수치가 급증했다. 주로 은광에서 비롯됐는데 납이 풍부한 광물인 방연석을 녹여 은을 추출하는 방식이 성행했기 때문이었다. 은 1온스를 얻을 때마다 이 과정에서 수천 온스의 납이 생성됐고 그중 많은 양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로마 제국의 전성기에는 대기 오염이 너무 심해져 현재 유럽 대부분 지역, 현재의 영국 대부분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신경 손상을 입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모든 유럽인, 그들의 가축, 농경지는 수세기 동안 그리스와 로마 경제를 지탱했던 납, 은 광석의 대규모 채굴과 가공으로 인한 대기 중 납 오염에 ​​노출됐다”면서 “이러한 대기 및 토양의 배경 납 오염은 농촌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노출 경로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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