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보안법에 우시 '움찔'...삼성바이오로직스 기대감↑
우시, 아일랜드 백신 공장 MSD에 매각...삼성 입지 확대 가능성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 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생물보안법 제정을 앞두고 공장을 매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백신 공장을 MSD(미국 머크)에 5억유로(약 755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백신 공장은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중국 외 지역에 설립한 첫 생물학적제제 제조시설로 2019년부터 20년 장기계약을 맺고 MSD에 백신을 공급해 왔다.
이와 관련, 생물보안법 제정이 다가오자 우시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9월 중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고, 미국 상원을 거쳐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내 기업들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 등 중국 기업들과 계약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에 우시가 아일랜드 제조시설을 매각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취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우시앱텍 또한 미국 사모펀드에 세포·유전자 치료제 자회사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퓨틱스’의 미국·영국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또한 미국의 강화된 규제 환경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 받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우시 어드밴스드 테라퓨틱스 매각은 시장 재편에 중요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국내 CDMO 기업 수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입지가 좁아질수록 경쟁력있는 CDMO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론자, 카탈런트, 우시에 이어 지난해 기준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어, 우시를 제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 회사는 오는 4월 송도 5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9월 완공을 예상했으나 일정이 앞당겨진 것.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이 추가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4만리터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1위 규모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품종 소량 체제에서는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소량으로 빠르게 생산해야 하므로, 제약사들이 자체 생산보다는 CDMO와 협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지금처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우시바이오로직스에 위탁 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우시 역시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고, 선제적으로 사업부와 제조시설 등을 재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CDMO 시장에서 중소 바이오벤처 신약 파이프라인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빅파마들 또한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우시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반면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CDMO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