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과 새해 다짐... 이번에도 작심삼일?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지(冬至)에는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황경(黃經) 270도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다.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 했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가 있어, 설에 비유해서 작은 설이라고 했다. 이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풍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동지에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해서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한편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陰)한 귀신을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에,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는 관습이 있었다. 이처럼 붉은 팥은 옛날부터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 해서, 모든 잡귀를 쫓는 데 사용되었다.

지나간 동지는 12월 21일이었다. 마침 페이스북에서 다음과 같이 적은 글을 읽었다. ‘팥죽 먹고, 홍시 먹고, 빵 먹으며 느긋한 동짓날 짧은 대낮을 보내고 있다.’ 동짓날 붉은색 팥죽을 먹으면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많은 이가 팥죽을 먹는다. 그런데 위 글쓴이는 홍시와 빵도 함께 먹었다고 했다. 세 가지 음식 - 팥죽, 홍시, 빵의 공통점은 탄수화물 식품이다. 다시 말해 탄수화물 식품만을 먹었다. 귀신을 물리치리라 믿었지만, 안타깝게도 분자생물학적으로 벌어지는 다른 현상을 모른 채 허술하게 당하고 있었다.

그럼 귀신은 뭘 하고 있었을까? 붉은색 팥죽이 무서워 도망갔을까? 그랬다면, 아무리 귀신이라도 분자생물학적으로 펼쳐지는 대사과정을 몰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귀신이 대사과정을 알았더라면, 미소를 띠었을 것이다. 실제로 팥죽을 먹은 이조차도 분자생물학적으로 벌어지는 염증반응을 느끼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염증에는 호소할 정도의 아픈 증상(screaming pain)이 뒤따르지만, 잘못된 식사 때문에 나타나는 염증반응은 호소할 정도의 통증이 없어서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따라서 ‘침묵의 염증’일지라도 아예 생기지 않게 하려면, 탄수화물(팥죽) 식품만 먹을 게 아니라 탄수화물의 양과 어울리게 단백질 식품을 곁들여야 한다. 동지에 귀신도 쫓고, 건강도 지키고 싶으면 붉은색 단백질 식품을 함께 선택하면 어떨까. 그런데 붉은색 살코기(소고기, 돼지고기 등)에는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 많아서 염증반응을 더 강하게 일으키는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를 합성하므로 피하는 편이 낫다. 그러므로 붉은 살 생선(연어, 참치, 송어 등)은 탁월한 선택이다.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도 제법 들어있어 염증반응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먹을 때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조상의 관습을 따르면서도 염증반응을 방지할 수 있다. 조그만 노력을 계율(戒律)로 삼아 지켜보자. 이제까지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지만 익숙했던 식사법으로부터 새롭고 탁월한 식사법으로 건너가서, 거듭 실천하면 최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따라다니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허약함을 내던지고, 새해에는 사흘마다 이어가며 작심하더라도 최고의 건강을 되찾고 유지하는 꾸준한 실천으로 보람차게 지내자.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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