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생각 곱씹으면...우울증 걸린다?”…‘덫’ 6가지
사회적 고립, 반추, 술에 의존한 자가치료, 운동 거르기, 설탕에 빠지기, 나쁜 뉴스에 집착 등 6가지 ‘우울증 함정’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삶과 일에 대한 의욕이 뚝 떨어지고 울적한 기분이 계속된다면, 우울증(우울장애)을 의심할 수 있다. 우울증이 악화하면 평소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를 잃고, 친구 친지 등과의 만남도 시큰둥해진다. 어느샌가 자기 안에 갇히게 된다.
미국 건강포털 '웹엠디(WebMD)'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덫(또는 함정)에는 사회적 고립, 반복적 사고(반추), 알코올을 통한 자가 치료, 운동 거르기 및 부족, 설탕 중독, 나쁜 뉴스에 대한 집착 등 6가지가 있다. 미국 텍사스주 정신질환자연합((NAMI) 작가인 헤더 로브는 "우울증의 덫에 걸린 뒤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지치고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언제부턴가 남편과의 외출, 여자 친구들과의 영화감상, 바느질 등 매사에 흥미를 잃었다. 재충전하는 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예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우울증 환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평소 즐기던 활동을 건너뛰고 고립을 자초한다. 술이나 정크푸드(가공식품)를 찾는 사람도 있다. 우울증의 함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기분을 뚝 떨어뜨리고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비오는 날' 있다…술·약물·가공식품에 빠지는 악순환에 조심해야
우울증은 사회적 고립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캔자스대 스티븐 알라디 부교수(심리학)는 "우울증에 걸리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마음의 문을 닫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아플 때처럼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는 적응 반응이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렸을 땐 잘못된 정보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빚는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환자의 사회적 접촉은 사회적 고립에 따른 스트레스와 뇌·신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억누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친구, 가족 등에게 연락해 사회적 고립을 점차 극복해 나가야 한다. 다시 접촉하고 싶은 사람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활동 일정을 잡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우울증을 심하게 겪은 작가 로브는 "내향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재충전하고 싶지만, 우울증과 불안으로 고립되지 않게 힘써야 한다”며 “때론 그 경계가 모호하지만, 이젠 외출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우울증의 또다른 함정은 반추다. 반추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상실과 실패 같은 주제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반추는 부정적인 자기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보스턴대 의대 크리스킨 크로푸드 박사(정신과)는 "어떤 생각을 되풀이하는 것은 기분과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에 걸리면 거절당하는 데 민감해지고, 자신이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추는 썩 나쁘지 않은 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할 수도 있다. 예컨대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이 앞사람에게는 웃으면서도 자신에게는 웃지 않는 것을 보고, 그걸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오해할 수 있다.
우유, 견과류, 당근, 조개와 홍합, 커피, 잎채소, 연어…우울증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
일라디 부교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통상 부정적인 생각을 되씹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쓴다. 종종 오랜 시간 동안 고립돼 있을 때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반복적인 생각을 종이에 적어 보자. 그 생각을 반박하거나 지지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다른 우울증의 함정으로는 알코올을 통한 자가 치료를 꼽을 수 있다.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며, 이는 우울증 증상을 더 악화할 수 있다. 크로포드 박사는 "술을 마시면 그 순간엔 기분이 좀 나아지고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지만, 다시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증이 도진다"고 말했다. 슬플 때마다 술이나 약물을 찾는 경향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심리치료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알코올은 항우울제와 불안완화제의 효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깰 수 있다. 습관처럼 해오던 운동을 거르는 것도 우울증의 함정이다. 정기적으로 헬스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운동을 자주 거른다면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수영, 요가, 줌바 수업 등 한때 즐기던 활동을 중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라디 부교수는 "운동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신호 강도를 높여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나쁜 뉴스만 찾는다면…당분간 휴대전화 멀리하고 휴식 산책 바람직
설탕을 자꾸 찾는 것도 우울증의 함정이다. 우유, 견과류, 당근, 조개와 홍합, 커피, 녹색잎채소, 연어 등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라디 부교수는 "설탕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일시적일 뿐이다. 2시간 안에 혈당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분이 다시 우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설탕과 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하고 통곡물, 과일, 채소를 식단에 더 많이 추가하는 게 좋다.
우울할 땐 소셜미디어를 계속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나쁜 뉴스를 찾는 행위(둠스크롤링)를 하는 등 정신을 딴 데로 돌리기 쉽다. 하지만 어떤 특정 정보를 찾고 있는 게 아닐 확률이 높다. 크로포드 박사는 "우울증을 겪을 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을 분산시키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뉴스를 계속 접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을 확 줄이는 게 좋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인지, 자신을 무관심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따져봐야 한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거나 짧게 산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누구에게나 힘든 날이 있게 마련이다. 너무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 각종 우울증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바꾸고, 기분이 좋아질 일을 해보는 게 좋다. 삶의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면 서둘러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