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콜당직시간은 통상적인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온콜(병원에서의 응급호출)당직의 경우 당직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지에 대기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지내다가 온콜이 발생하면 비로소 근로지로 복귀하는 특성을 가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작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작업없이 휴식하거나 대기하는 경우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기적인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내 대기하는 일직과 숙직의 경우 근무밀도가 낮고 정상적인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에서 인정되지 않고 대신 관례적으로 실비변상적인 금품만을 지급한다.

일직이나 숙직과 유사하지만 의료와 관련하여 주로 발생하는 당직의 경우 정상적인 업무시간보다는 업무밀도가 낮지만 정상적인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한다. 다만 일직이나 숙직은 근로지에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온콜(병원에서의 응급호출)당직의 경우 당직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지에 대기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지내다가 온콜이 발생하면 비로소 근로지로 복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온콜당직의 경우 근무밀도는 일반근무에 비하여 낮지만 야간 및 심야, 그리고 주말 및 공휴일 등 시간의 제한없이 발생하는 온콜을 대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들은 온콜당직기간동안 활동범위나 행동에 많은 제한을 받을 뿐만 아니라 주야간 및 휴일이 일과시간이 끝난 휴게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응급호출로 인하여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콜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단지 실제 호출이 발생하여 병원에 복귀한 경우에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콜대기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최근 온콜대기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 종합병원에 소속된 간호사 등 근로자들에게 온콜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은 채 통상임금을 산정하고, 이렇게 산정된 통상임금을 기반으로 시간외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간호사 등은 온콜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한 후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온콜대기시간도 통상적인 근로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간호사 등은 병원환자들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업무를 계속할 목적으로 야간과 휴일에 온콜대기 근무를 하게 된 것으로 원고들 중 일부가 온콜대기시간 대부분을 병원이 아닌 자택 등에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야간 또는 휴일에도 평일주간에 행하는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대기하는 형태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온콜대기시간 역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병원에 근무하는 운전기사와 기계·전기기사, 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 등의 경우 온콜당직 중에 수행한 업무내용이 무엇인지, 통상근무와 차이가 있는지, 온콜대기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고, 수술실 간호사, 방사선기사와 임상병리사의 경우 수술실, 영상의학실, 진단검사의학실에서 실제 온콜로 병원에 돌아온 자료가 제출됐으나, 이것만으로는 통상적인 근무시간에 수행한 업무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온콜대기가 통상적인 근무와 비교해서 근무밀도가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지, 자택에서 온콜대기를 하다가 콜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어, 원고들의 자택에서의 온콜대기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그 중 어느 범위까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고들의 온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 있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그 중 어느 범위까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4.11.14. 선고 2021다220062, 2021다220079, 2021다220086, 2021다220093 판결)

이 판결은 일반적으로 본래의 업무가 연장되거나 그 내용과 질이 일상적인 근로와 유사한 경우에는 당직근로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온콜대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아 근무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본래의 업무에 종사한 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확인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대법원판결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환송되면 대법원 판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온콜대기기간 중에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아래서 있는 시간이 어디서부터 인지 (예를 들어 병원에 도착한 시간부터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지 아니면 호출을 받은 시간부터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등), 온콜대기의 근로시간 인정정도(온콜대기시간을 일부만이라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아니면 아예 인정할지 않을지 등)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온콜대기와 같이 정규근로와 다른 여러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단순히 정규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아닌지와 같은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근로형태로 입법하여 이를 토대로 정규근로와 다르지만 합리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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