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DNA와 백혈병 발생에 상관관계가?

DNA 변이가 절반 이하로 발생할 경우 암세포 성장 촉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이므로 암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포의 에너지공급원인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다. 이를 mtDNA라고 한다. 인간의 mtDNA는 가장 작은 염색체로 간주되며 에너지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37개의 유전자와 약 1만6600개 염기쌍으로 구성된다.

이 mtDNA에서 발생하는 변이가 백혈병 발병과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미국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이므로 암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mtDNA에서는 핵에서 발견되는 DNA와 같은 방식으로 변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mtDNA가 암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했다.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의 몬다라 쿤두 박사(세포 및 분자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백혈병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변이 mtDNA를 연구했다. 그 결과, 모든 mtDNA에서 변이가 발생한 세포에서는 암 성장이 차단되는 반면 절반 정도의 mtDNA에서 변이가 발생한 세포에서는 암 성장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효소를 증폭함으로써 모든 mtDNA에서 변이가 발생한 백혈병 세포의 암 성장을 재개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미토콘드리아 DNA와 암세포의 대사 기능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쿤두 박사는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연구결과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논문에서는 이 돌연변이가 종양 형성을 촉진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논문에서는 영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

각 세포마다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기 때문에 mtDNA에 개별 변이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신 연구진은 Polg라는 유전적 교정 시스템에 결함이 있는 백혈병 생쥐 모델을 이용해 점차적으로 mtDNA 돌연변이를 발생시켰다.

연구진은 한쪽(이형접합) 또는 양쪽(동형접합) 부모 계통에서 Polg의 교정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mtDNA 변이가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에 따라 종양 성장에 미치는 부담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이형접합 생쥐(변이 미토콘드리아 수가 적당한 생쥐)가 백혈병 성장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변이 수가 많은 동형 접합 생쥐는 종양 성장을 차단하는 반대 효과가 발생했다.

쿤두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많은 돌연변이가 종양 기능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면서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결과는 백혈병의 경우 중간 수준의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가 백혈병 생성을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효과는 백혈병 세포가 가혹한 종양 미세환경에서 번성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재프로그램하는 능력(가소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mtDNA 돌연변이로 인한 대사 스트레스의 양은 세포의 가소성을 증가시킨다”라고 쿤두 박사는 설명했다.

그에 따라 이형접합 생쥐에서 약간의 대사 스트레스 노출이 서로 다른 종양 유전자에 의한 변형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반면 동형접합 마우스에서는 기본적으로 작동이 중단된다는 것. 이러한 차이가 신진대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세포의 대사 가소성을 조절하는 ‘피루브산 탈수소효소’(PDH)를 조사해 그 메커니즘을 조사했다. PDH는 세포 호흡의 두 단계인 해당(glycolysis)과 구연산 순환(Citric Acid Cycle)을 연결한다.

해당은 포도당이 피루브산으로 분해되면서 2개의 ATP(아데노신삼인산) 분자를 생성하는 것이다. 구연산순환은 피루르산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 더 많은 ATP 분자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PDH는 이를 연결함으로써 세포의 대사 가소성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피루브산 탈수소효소의 인산화효소(키나아제) ‘꺼짐 스위치’를 차단함으로써 동형접합(고변이) 생쥐에서 백혈병 세포의 가소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동형접합 모델에서 차단되는 구연산 회로의 작동을 촉진하면 해당 세포의 성장이 회복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종합적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중간 수준 이하의 mtDNA 변이가 백혈병 발생을 도울 수 있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완전한 파괴가 반대 효과를 낳아 본질적으로 종양 성장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명확한 증좌를 제시한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s848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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