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팔팔해져"...아팠던 환자가 기운 넘치다 며칠 후 사망, 왜?

임종 명료현상, 터미널 루시디티...죽기 전 환자의 상태가 되살아나는 현상, '선물'같은 시간으로 여겨지길

임종 돌봄을 받는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갑자기 건강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터미널 루시디티(Terminal Lucidity, 임종 명료현상)'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상단 호스피스 간호사 줄리 맥패든= 영국 데일리메일]
병으로 누워있던 환자가 갑자기 기억이 명료해지고 기운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며칠 후 숨을 거뒀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 생생했던 모습이 거짓말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임종 돌봄을 받는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갑자기 건강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터미널 루시디티(Terminal Lucidity, 임종 명료현상)'라 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호스피스 간호사 줄리 맥패든이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터미널 루시디티에 대해 설명하며, 말기 환자가 갑작스럽게 에너지, 정신 명료성, 각성을 경험하는 현상에 대해 소개했다.

터미널 루시디티를 경험하는 동안 환자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거나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기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거나 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몇 시간 또는 며칠 후, 환자가 사망하기 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활동이나 신경전달물질의 급증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것이 마지막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보고 된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죽음 직전 산소가 부족해진 뇌가 감마파(gamma wave) 활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 제시됐다. 감마파는 뇌가 매우 경계 상태에 있거나 감각 정보를 활발히 처리할 때 발생하는 가장 빠른 뇌파다. 사망 직전에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대량으로 방출돼 기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환자가 갑작스럽게 나아졌다고 해서 병이 나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그 시간을 즐기면서도 그들이 곧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맥패든 간호사의 조언이다.

임종 환자를 둔 가족들은 이 터미널 루시디티를 '좋은 날'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 동안 환자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기도 하고 대화도 잘 이어진다. 이때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환자와 소통을 시도할 수 있다. 몇 시간에서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맥패든 간호사는 자신의 할머니도 사망 직전에 이 현상을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할머니는 임종 며칠 전부터 음식을 거부하고 대부분 잠에 빠져 있었지만, 갑자기 일어나 신발을 신으려 하거나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했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셨다고.

3명 중 1명이 경험, 임종 앞두고 죽음을 준비하는 변화 

터미널 루시디티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명 중 1명 정도가 경험할 만큼 비교적 흔한 현상으로, ‘서지(surge)’나 ‘랠리(rally)’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앞서 말한 것 처럼, 터미널 루시디티는 환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특별한 변화가 동반된다.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가 갑자기 일어나 앉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억력과 인지 능력도 향상된 것처럼 보이며, 평소보다 명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환자의 기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평소보다 밝아진 모습이나 평온함이 느껴지기도 하며, 일부 환자는 가족과 화해하거나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들에게는 이 순간이 마치 환자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맥패든 간호사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일 수도 있지만, 돌봄 제공자들이나 보호자들이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길 권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보이는 가장 컨디션 좋은 이 날, 현재 순간에 집중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자 축복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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