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벌 받은 것”...의사 익명 커뮤니티, 제주항공 참사 유족 조롱
‘메디스태프’ 폐쇄성 다시 수면 위로… 지난 10월 ‘의사 블랙리스트’도 게재
의사나 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작성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2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제주공항 참사에 대한 의사 커뮤니티 끔찍한 인기글 [내부폭로]’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의 최초 작성자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의사나 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제주항공 참사 유족에 대한 글과 댓글이 여러 차례 작성됐다. 참사에서 어머니를 잃은 20대 아들이 사고 현장의 유가족 텐트에서 국가 고시를 준비한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조롱하는 내용이다.
익명의 유저들은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다”거나 “감귤을 낳은 게 이미 죄”라고 표현하는 등 고인과 유족에 대한 모욕성 댓글을 이어갔다. 다만 일부 유저들은 “이건 좀 아니다. 욕은 하지 말자”,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자중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폭로글 작성자에 따르면 ‘감귤’은 의사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의대생 중 휴학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대학병원에 있는 전공의를 의미한다.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메디스태프는 특유의 폐쇄성이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의사 면허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으며, 화면 캡처를 하면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워터마크가 남는 등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의료계의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의 개인정보를 담은 이른바 ‘의사 블랙리스트’가 게시된 공간 역시 메디스태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사 출신인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기동훈 메디스태프 대표에게 “메디스태프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사회의 증오와 적대를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됐다”며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폭로글 작성자 역시 “저런 인간들이 의사로 진료를 본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며 “제발 널리 퍼뜨려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