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꼭 설사하는 사람…소화에 '이런 이유' 있었네

알코올 설사에 유독 취약한 사람들...탄수화물 소화에 취약, 셀리악병,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 밀 알레르기 등

술 마시면 꼭 설사하는 사람…소화에 '이런 이유' 있었네
많은 사람들이 숙취 증상으로 두통, 메스꺼움, 피로감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설사’ 역시 알코올 과다 섭취 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연시 끝없는 술자리가 이어지는 요즘. 다음 날 아침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일도 일상이 되어간다. 유독 술 마신 다음 날은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는데, 이는 알코올은 소화 기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숙취 증상으로 두통, 메스꺼움, 피로감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설사’ 역시 알코올 과다 섭취 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자료를 바탕으로 알코올이 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알코올이 설사를 유발하는 이유
알코올은 소화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알코올은 장 내에서 물의 흡수를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장은 음식물에서 수분을 흡수하여 대변을 단단하게 만들어 배출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알코올은 반대로 장으로 더 많은 수분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변이 묽어지고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알코올은 장 운동을 빠르게 만들어 소화 과정이 평소보다 빨라지게 한다. 이로 인해 경련과 함께 배변 욕구가 자주 발생하며, 대변이 충분히 굳지 못하고 설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코올은 장 점막을 자극하여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염증 역시 소화 속도를 높이고 설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장 내에는 ‘장내 미생물’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균들이 존재하는데,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이 균형을 깨뜨려 ‘좋은 균’보다 ‘나쁜 균’이 번식하게 만들어 장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알코올 설사에 유독 취약한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알코올을 마셨을 때 설사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더 높은 확률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우선 탄수화물을 소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맥주나 달콤한 칵테일을 마셨을 때 설사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와인이나 맥주에 포함된 과당과 같은 탄수화물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장에서 가스가 발생하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아울러 셀리악병,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증, 밀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은 맥주와 같은 글루텐 함유 알코올 음료를 피해야 한다. 대부분의 와인과 증류주는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맥주는 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염증성 장질환(IBD)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IBS)을 가진 사람들은 알코올 섭취 후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은 장을 자극하고 염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은 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설사, 홍조, 피로,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술이 설사를 더 유발할까?
알코올 종류에 따라 설사를 유발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맥주나 달콤한 칵테일은 설사를 더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 내 박테리아가 과도한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 가스와 설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와 알코올을 섞어 마시는 경우, 설사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카페인은 장 운동을 촉진하여 배변 속도를 높이고, 알코올로 인해 발생한 탈수를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카페인은 알코올의 취기를 가려 더 많은 양을 마시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한 소화기 질환이나 탄수화물 불내증이 없다면, 어떤 알코올을 마시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마시느냐가 설사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음주 후 설사 완화하는 방법
알코올로 인한 설사는 일반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사라진다. 이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알코올은 이뇨작용을 촉진하여 체내 수분을 빠르게 빼앗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마셔야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죽이나 바나나 등은 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영양을 공급해줄 수 있다.
설사가 심할 경우, 약국에서 판매하는 지사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이 약물은 장 운동을 느리게 하여 대변이 단단해지도록 돕는다.

음주 후 설사 예방하는 방법
설사를 완전히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알코올 섭취를 줄이거나 완전히 끊는 것이다. 그러나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와 알코올을 함께 마시지 않는다.
▲흡연은 장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술을 마시기 전에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알코올의 흡수를 늦춘다.
▲알코올 음료 한 잔을 마실 때마다 물 한 잔을 함께 마신다.
▲한 시간에 한 잔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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