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메스꺼워" 세 남매 모두 췌장 제거...유전성 '이 병' 때문에?
알 수 없는 잦은 통증과 메스꺼움, 다섯 남매 중 셋 유전성 췌장염 진단
호주 시드니에 사는 첼시 할로웨이는 어릴 때부터 자주 극심한 복부 통증과 메스꺼움을 경험했다. 때로는 병원에서 수액과 강력한 진통제를 맞아야 하는 일도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고, 첼시는 언제 또 통증이 찾아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원인을 찾은 건 열 살 때였다. 바로 췌장염이었다.
호주 뉴스방송 ABC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첼시가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동생인 조엘도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의사는 가족 내에서 동일한 췌장염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고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온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다섯 명의 남매 중 세 명이 유전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첼시와 조엘, 그리고 두 사람의 동생 데미였다.
검사 결과, 남매의 어머니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보균자였다. 다만, 어머니는 증상이 없었다. 진단 후 세 남매는 모두 췌장을 제거하고 인슐린을 생산하는 섬세포를 채취해 간에 주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첼시와 데미는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으며, 조엘은 다른 도움 없이 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호주 AFLW(여성 호주 풋볼리그) 선수를 꿈꾸는 데미는 과거 통증으로 인해 시합에 결장하거나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일이 잦았으나, 이제 상황이 안정되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남매를 치료한 소아외과전문의 산지브 쿠라나 박사는 반복된 췌장염은 통증 뿐 아니라, 장기기능 부전이나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과정을 예방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통증과 급성 췌장염 증상 발현을 관리하는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지만, 췌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섬세포를 분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최소한 이 아이들이 당뇨병에 걸릴 경우, 이러한 섬세포에서 최소한의 인슐린이 생성되기 때문에 당뇨병이 더 잘 조절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급성 췌장염이 특징인 유전성 췌장염…췌장암으로 발전하기도
유전성 췌장염은 반복되는 급성 췌장염을 특징으로 하며, 원인 불명의 만성 췌장염 병력이 가족 내에 존재한다. 가족 중 2명 이상 또는 2세대 이상 친척 중 3명 이상의 췌장염 환자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보통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된다. 복통, 발열, 구역감, 구토 등 급성 췌장염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췌장염이 반복되면 췌장 외분비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소화불량이 생긴다. 이로 인해 체중감소, 단백질 및 비타민 결핍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드물게 췌장의 내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겨 당불내성이나 당뇨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느리게 점차적으로 진행되며, 유전성 췌장염 환자는 50세 이후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유전성 췌장염의 7~22% 정도가 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유전성 췌장염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현재까지 30여 종 밝혀졌으나, 아직까지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주로 통증 조절, 영양 공급, 당뇨병 치료, 췌장 효소 공급 등으로 이루어진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했을 때는 수액요법과 통증조절 등 급성 췌장염에 대한 치료를 하며, 만성적인 췌장의 내분비 및 외분비 기능 부전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합병증에 대해 괴사조직 제거, 배액, 감압술, 드물게 췌장절제술과 같은 수술 및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