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1년 뒤 완치 자랑?...5년 넘어도 마음 졸이는 이유가?
[김용의 헬스앤]
“암 수술이 잘 되었어요. 이제 1년 지났는데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어느 암 환자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짓이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거짓이다. 암 수술 1년 만에 완치(병을 완전히 고침) 판정을 내리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다. 최소 5년을 지켜보면서 재발이나 다른 암의 발병 가능성을 면밀히 살핀 뒤 완치 판정을 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5년’은 암 환자나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왜?
암 환자의 생존율은 ‘5년 상대생존율’로 따진다. 해당 기간 중 암이 생긴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추정한 것이다. 암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경우를 보정하기 위해 관찰생존율을 일반 인구의 기대생존율로 나누어 구한 값이다(국립암센터-국가암정보센터 자료). 이를 토대로 암 환자가 5년 이상 큰 이상 없이 일상생활을 할 경우 대개 완치됐다고 평가한다. ‘5년’은 암 환자나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제 지긋지긋한 암의 멍에에서 벗어나 예전의 정상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폭발한다.
하지만 5년을 잘 견디었다고 해서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같은 암이 재발 할 수 있고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은 대장암, 자궁내막암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유방암을 앓았던 사람은 다시 대장암, 자궁내막암이 생길 확률이 정상인보다 매우 높다. 따라서 완치 판정 후에도 정기적으로 주치의와 상담하여 재발이나 다른 암 발생 가능성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안전하다. 식습관, 운동 등 생활 습관도 더욱 조심해서 암이 다시 생길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배우 올리비아 핫세의 경우...완치 판정 받아도 언제든지 암 발병 위험
지난 27일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7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인은 2008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양쪽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5년이 지난 뒤 의료진이 유방암 완치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인은 2018년 새로운 암이 발견되어 다시 투병해야 했다. 57세에 발병한 첫 암인 유방암을 힘겹게 이겨냈으나 10여년 뒤 다른 암이 생겨 고통받은 것이다. 올리비아 핫세도 재발, 다른 암 발병 위험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해 3만3천 신규 환자 쏟아지는데...대장암 수술해도 20~50%에서 재발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도 다행히 수술(근치적 절제술)을 해도 20~50%에서 재발한다. 27일 발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2년 3만 3158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 갑상선암(3만 3914명)과 최다 암 1, 2위를 다투고 있다. 재발은 암이 생긴 대장 부위, 간-폐-뼈-뇌 등에 전이, 그리고 대장 재발과 전이가 같이 생긴 것 등 3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대체로 대장 재발과 전이가 동반되는 광범위한 재발이 많다. 수술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결장암은 간 전이와 복부 안의 재발이 많고, 직장암은 직장 재발 및 폐 전이가 많이 나타난다.
대장암 세포는 혈관을 타고 몸의 다른 부위로 전파될 수 있다.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여 림프절을 침범하기도 한다. 대장의 바깥쪽 복막에 마치 씨가 뿌려지듯이 퍼져 주위 장기를 침범할 수도 있다. 암세포가 침범한 림프절 수가 많을수록, 멀리 떨어진 림프절까지 침범할수록 예후(치료 후의 경과)가 나쁘다. 대장암 수술 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평균 재발 시기는 12~24개월 이후다. 재발의 약 70%가 수술 후 24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수술 후 3~5년에 재발의 90%가 발견되며, 5년 후부터는 재발 가능성이 줄어든다.
재발과 전이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첫 수술 후 20년 후에도 재발
유방암도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재발과 전이의 위험성이 있다. 암을 완벽하게 예방할 방법이 없듯이, 재발과 전이를 철저히 막을 방도도 없다. 따라서 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유방 부위 재발이나 뼈-폐-간-중추신경계 전이를 일찍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므로 다시 완치될 가능성도 크다. 암이 원래 발생했던 유방 부위에 다시 생긴 국소 재발의 80~90%가 처음 치료 후 5년 이내에, 나머지는 10년 이내에 나타난다.간혹 첫 수술 후 15~20년 만에 발생한 경우도 있다.
모든 암은 5년이 지나서 완치 판정을 받아도 정기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5년 후부터는 재발 가능성이 줄어들 뿐 암 발생 가능성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재발이 되더라도 일찍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재수술이 가능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암 투병 시 의료진-임상 영양사가 조언한 대로 식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대장암, 유방암이 증가하는 것은 고열량-고지방 음식 등 서구식 식단이 확산된 이유도 크다. 암 예방-관리에 좋은 채소-과일을 자주 먹고 고기는 비계를 없애고 살코기만 먹어야 한다. 구이-튀김이 맛이 좋더라도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암 사망의 30%는 음식, 다른 30%는 흡연, 10~25%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도 각각 1~5% 정도 영향을 미친다. 암 치료 후에도 투병 때와 같은 절제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재발이나 다른 암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암은 초기에 발견해도 지긋지긋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유방 절제도 해야 한다. 따라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중년이라면 절제된 생활 습관이 더 필요하다. 암 진단을 받은 후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음식 절제, 금연만 해도 암 사망의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