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코, 어떻게 다를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2018년 영화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은 외모에 자신이 없는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가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며 시작됩니다.
앨리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췄지만, 음악 산업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코가 커서 가수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성공 가능성을 부정당했던 레이디 가가 본인의 실제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 (2018)'은 1937년 이후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특히 1976년 작의 주연이었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레이디 가가와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비교적 눈에 띄는 코의 윤곽을 지녔으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높은 콧대와 독특한 곡선으로 유명합니다. 레이디 가가 또한 비슷한 형태의 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음악적으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아티스트로, 대중적인 미의 기준과는 다른 개성을 가진 외모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1976년의 성공적인 작품 이후, 2018년 리메이크에서 레이디 가가가 주연으로 선택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집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미국의 국민 가수'라 불릴 정도로 독보적인 음악적 위상을 가진 아티스트이자 배우입니다. 그녀는 영화, 음악,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오스카와 그래미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겐 코와 관련된 또 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1968년 영화 데뷔작인 '퍼니 걸'에서 명연기를 보여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이 영화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퍼니 걸'은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패니 브라이스 (Fanny Brice, 1908-1951)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패니 브라이스는 연극과 라디오를 넘나드는 당대의 스타였지만, 대중에게는 종종 '큰 코'를 가진 예쁘지 않은 얼굴로 기억되곤 했습니다.
그녀는 크고 아름답지 않은 코로 인해 성형수술을 받기도 했으나, 이후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우려 수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유대인들은 흔히 '유대인 코(Jewish nose)'라 불리는, 길고 아래로 휜 코를 가진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이런 패니 브라이스의 삶을 그린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코'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레이디 가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패니 브라이스 이 세 사람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았고, 음악, 연기, 공연 예술에서 비범한 재능을 발휘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크고 예쁘지 않은 코'가 먼저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다소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서구권에서 흔히 큰 코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인식됩니다. 매부리코 수술은 현대 미용 성형수술의 시작점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유대인이 핍박받던 시절 생존을 위해 매부리코 성형술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팝아트 작품은 타블로이드지 내셔널 인콰이어러 National Enquirer에 실린 한 성형외과 광고를 소재로 만든 앤디 워홀의 초기작입니다.
이렇게 서구권에서 큰 코는 아름답지 않게 여겨지며, 코를 작게 만드는 수술이 주류입니다. 서양인은 우리와 미적인 관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성형외과 교과서에서도 상당 부분이 코를 깎고 줄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매부리코는 서양인의 매부리코와 양상이 다릅니다. 한국인의 경우, 코끝이 낮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뼈를 깎아야 할 필요는 적습니다. 그런데 서양 교과서에 기반해 학문을 배우다 보니, 의사들에게도 매부리코는 '뼈를 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매부리코는 서양인의 코와는 그 양상이 달라, 코끝이 낮아 높여 줘야 하는 코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서양인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콧대를 깎아 줄이는 수술이 과도하게 시행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이런 인지부조화의 바탕에, 우리가 흔히 놓치는 점이 있습니다. 코에 대한 미적 '관점'에 동서양의 차이가 있지만, 이는 '기준'의 차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적인 코에 대한 관점의 차이는 기준이 아닌 '평균'에 차이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세기의 미녀'로 흔히 꼽히는 오드리 헵번의 코는 동서양의 기준에서 모두 아름다운 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상이 좁고 코가 큰 평균적인 백인의 입장에서 짧고 날씬하며 오똑한 코를 예쁘게 느끼고, 두상이 짧고 코가 낮은 동아시아인들에겐 높고 오똑한 코가 예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동서양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코는 사실 비슷합니다.
아름답다 느끼는 코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관점의 차이는 평균적인 코 모양이 달라서 생긴 것입니다. 만약, 코 성형수술을 계획한다면 이런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