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발암물질이라더니"...적당한 음주, 사망 위험 낮춘다고?
미국국립의학아카데미 보고서...."적당한 음주는 모든 사망 위험 낮춰"
술(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이 끝이 없다. 술을 적당량 마시면 몸에 좋다는 주장도 있고 술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어서 단 한 잔도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National Academies of Science, Engineering and Medicine)는 지난주 발표한 ‘Review of Evidence on Alcohol and Health(2025)’를 통해 “적당한 음주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몇 가지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적은 양의 알코올도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과 상반된다.
미국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는 결론(중간 확신)을 내렸다. 또 적당한 음주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중간 확신)고 봤다. ‘중간 확신’이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지만 미래 연구가 이를 반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술과 암의 연관성에 대한 WHO의 주장을 빈박하는 셈이다. WHO는 알코올 섭취량이 많으면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간암, 후두암, 결장직장암, 유방암 등 최소 7가지 유형의 암이 발생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위험은 첫 잔부터 증가하기에 알코올 한 방울도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NASEM은 알코올 섭취가 유방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WHO의 주장을 ‘중간 확신’ 수준으로 지지하지만 다른 유형의 암에 대해선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봤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와 구강암, 인두암, 식도암, 후두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어떤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NASEM은 또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보다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심혈관 질환(CVD) 사망 위험이 낮다는 결론(중간 확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위원회가 2010년부터 나온 여러 연구를 검토하고 적당한 음주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장병, 유방암, 대장암, 두경부암, 체중 변화 및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여러 질환과의 관계를 조사해 만들어졌다.
이 보고서는 ‘적당한 음주’의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행 미국 식단지침은 알코올 음료를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술을 마시고 싶으면 남성은 두 잔, 여성은 한 잔 이하의 적당량을 마셔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농무부(USDA)와 보건복지부(HHS)가 5년마다 개정해야 하는 미국 식단지침(DGA)의 기초가 된다.
이와 관련해 터프츠대 공중보건 교수인 마이클 시겔 박사는 “이 보고서는 본질적으로 알코올이 명백한 발암물질이라는 걸 의미한다”면서 “사람에게 권장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이나 가벼운 음주는 없는데, 그 수준에서 암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듀크대 의대 교수인 마이클 피뇨네 박사는 “사람들에게 술을 끊으라고 말할 충분한 증거는 못찾았지만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면서 “낮은 수준의 알코올 섭취가 사망률이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에 회의적이며 술 마시기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