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기 Vs 혼자 살기··· 현명한 길은?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0년 오늘(1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다섯 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한 것 기억나시나요? 정부와 언론이 “제발 모이지 마세요”하고 애원하고 으르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꽁꽁 얼어붙은 연말 경기에 “제발 서로 만나서 회포 푸세요”하고 등 떠밀고 있으니···.
사람끼리 만나는 것에 대해선, 올해 서점가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다음으로 열풍을 일으킨 쇼펜하우어가 고갱이를 콕 찔렀습니다. ‘고슴도치의 역설’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원래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호저(豪猪·Porcupine·고슴도치와 비슷하게 생긴 설치류)의 우화인데 본뜻을 살려 서양에서도 ‘고슴도치의 역설’이라고 한답니다.
사실, 이 우화는 생물학의 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말로 ‘산미치광이’라고 하는 호저나 고슴도치는 좋은 사이끼리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댈 수 있고 가시를 눕혀서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우화를 통해 말하려고 한 것은 잘 아시겠죠?
이 우화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인용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는 “나는 야생의 호저를 실제로 보고, 강의도 하러 미국에 간다”고 했고, 《집단심리학과 자아분석》에서 사람의 본성을 이야기하며 인용했지요. 프로이트는 “고슴도치의 역설이 없는 관계는 모자 관계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글쎄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예외일 수 없겠지요? 대중문화에선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고슴도치의 역설’이 주제로 나오는 데 기억나시나요?
보통 사람은 함께 있어도 꼭 즐겁지 않고, 또 혼자 있는다고 행복하지도 않지요. 늙어서 친구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정약용이나 스스로 따뜻함을 낼 수 있는 쇼펜하우어와 같은 현자라면 혼자서 지낼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은···.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여러분의 가시가 누군가를 찌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누군가와 가시로 서로 찌르고 찔리는 관계를 억지로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단절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2024년이 1주일 남은 연말에는 서로의 거리와 만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추위에 현자가 돼 혼자 뜻깊은 시간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여러분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면서 스스로 더 따뜻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여러분에겐 가시를 눕혀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함만 주고받을 사람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탄절이 눈앞으로 다가왔네요. 1929년 오늘 태어난 미국의 재즈 트럼펫 주자 쳇 베이커의 ‘고요한 밤(Silent Night)’ 준비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괴롭지 않은것이 행복이라고 하죠 그리고 모든건 다 내 마음따라 일어난다가 떠오르네요 행복도 내가 만드는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사람이 만드는것 아니네 ㅡ 법륜스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와우~~메리쿨쑤마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