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복용, 치매나 인지능력 저하와 무관”
70세 이상 호주 노인 1만3500명 평균 5년 추적 조사 결과
항생제가 노인의 인기기능 저하나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장 건강과 뇌 건강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의 장에는 수조 개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일부는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일부는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 의대의 앤드루 챈 교수(위장학)는 “종전 연구에서 항생제는 장에 서식하며 소화를 돕는 작은 유기체의 군집인 장내 미생물 군집을 교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내 미생물은 전반적인 건강 및 인지 기능 유지에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항생제가 장기적으로 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의 건강 효과를 테스트하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70세 이상의 건강한 호주 노인 1만3500명 이상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또 처방 기록을 조사해 이들 참가자의 항생제 사용 여부를 확인했다. 약 63%가 2년 동안 한 번 이상 항생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후 노인들의 뇌 건강을 평균 5년 더 추적했다. 정기적으로 기억력, 주의력, 실행 기능, 언어 및 추론과 같은 능력을 측정하는 뇌 기능 검사를 실시했다. 그 기간 동안 2600명 가까이 인지 장애(치매를 예고하는 초기 기억력 및 사고력 문제)가 발생했고 460명 이상이 치매에 걸렸다.
항생제를 복용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 사이에는 인지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뇌 기능 저하의 다른 위험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항생제 사용은 인지 장애 및 치매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지 문제와 시간 경과에 따른 누적 항생제 사용,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 또는 특정 유형의 항생제 간에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챈 교수는 “노인이 항생제를 더 자주 처방받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구 결과는 노인들이 안심하고 항생제를 사용하게 해 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챈 교수는 이번 연구가 노인들에 대한 비교적 단기간 추적에 의존했다면서 항생제가 장기적인 뇌 건강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사설을 집필한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의 노화전염병학자인 웬지 카이 교수와 앨든 그로스 교수는 이 연구가 처방기록에 의존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실제 항생제 사용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urology.org/doi/10.1212/WNL.000000000021012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