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가 ‘이 정도’는 돼야, 뇌기능 정상?

보행속도 ‘초당 0.8m’(1분에 48m 걷는 속도) 미만인 노인의 86%가 뇌파에 이상

근력은 매년 1.5%씩 감소하고, 60세 이후엔 매년 3%씩 감소한다. 나이 들면 활발한 신체활동과 충분한 영양 섭취 등으로 근력의 감소폭을 낮춰야 한다. 보행속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뇌파에 이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사람은 걸음걸이가 빠르고 힘차다.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힘이 없어 보인다면 뇌파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에 따르면 60세 이상 건강한 노인의 보행속도는 초당 1m 이상인 것으로 종전 연구 결과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한 노인도 85세 이상이 되면 보행속도가 초당 0.9m 이상으로 느려진다.

그렇다면 나이든 사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보행속도는 대략 얼마나 될까? 영국 애스턴대 노화건강연구센터, 쿠바 장수노화건강연구센터 등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중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의 약 86%가 뇌파에 이상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는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노인의 경우 뇌파의 주파수 구성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는 인지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보행속도가 초당 0.6m 미만으로 뚝 떨어지면 요양원·요양병원 입원 및 사망과 연관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쿠바 아바나 노인 95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 결과(Association between gait speed deterioration and EEG abnormalities)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영국 애스턴대 발리아 로드리게스 박사(신경생리학)는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 즉 1분에 48m를 채 걷지 못하는 사람은 뇌파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보행속도가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도 잘 살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평소 걸음걸이가 1분에 60m 이상(초당 1.0m 이상의 보행속도) 걸을 정도로 빠르고 활력이 있다면 뇌가 매우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는 건망증, 물건 분실, 방향감각 상실, 적절한 단어 찾기 어려움 등이 꼽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또한 보행속도가 초당 0.8m 미만인 사람은 뇌파 이상이 발생할 위험이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기능 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87%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행속도의 저하와 뇌파의 느린 주파수 구성이 나이든 사람들의 뇌 건강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근력은 매년 1.5%씩 감소하고, 60세 이후엔 매년 3%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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