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검사는 의사만 할 수 있는가?

[박창범 닥터To닥터]

골수검사는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행위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골수검사는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행위이다. 참고로 골수검사는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뼈에 두꺼운 바늘을 삽입하여 골수액을 빨아들이고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검사로 외래에서 국소마취로 시행되며 약 30분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골수검사는 의사만이 해야 하는 의료행위일까 아니면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일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OO병원은 2018년 종양전문간호사들을 한 달 정도 골수검사를 하는 것을 관찰하고 검사방법 등을 교육을 받도록 한 후 독립적으로 골수검사를 시행하도록 하였는데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후 병원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에 검찰은 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약식기소를 하였다. 하지만 해당병원은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보다 골수검사 숙련도가 높아 의료사고의 위험이 없고, 해외에서는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식재판을 신청하였다.

1심 재판부는 골수검사는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자에게 신경손상이나 심각한 출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경험이 많은 종양전문간호사에 의해 시행되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2심재판부는 골수검사는 의사만이 가능한 침습적인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시행하는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의료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지만 골수검사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의료행위는 아니고, 침습적인 의료행위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위험성이 낮고 간단하여 검사에 대한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라면 위험성이 높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입회할 필요없이 일반적인 지도와 감독 아래 간호사가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판단하였다. 다만 환자의 체구가 작거나 소아와 같이 골수검사과정에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나 검사부위 합병증 발생여부를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현장에 입회하여 간호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4.12.12. 선고 2023도10286판결)

현재 의료법에서 간호사는 환자를 관찰 및 자료수집, 요양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 등을 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간호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업무범위이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간호 및 진료보조를 할 수 있고 의료기사는 각 종별에 따라 다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령에서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에서 허용하는 간호사의 진료보조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일률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 환자상태가 어떠한 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3.8.19. 선고 2001도3667판결) 보건복지부도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종합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하면서 간단한 문진, 활력징후측정, 혈당측정, 채혈 등 진단보조행위, 일반적인 주사행위, 수술진행 보조 및 병동 진료실의 소독보조, 혈관로 확보, 소변로 확보, 관장 등 치료보호행위, 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조제투약의 약무보조행위 등으로 나열하였다. (민원 1AA-2212-0681629)

이번 판결은 골수검사와 같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면서 부작용이 적은 침습적인 검사인 경우 의사가 현장에 입회할 필요없이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을 통해 앞으로는 의사들이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어느정도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침습적인 의료행위는 간호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등 분업과 협업을 통해 의료현장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관련된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며 비판하였다. 한국백혈병환회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많은 환자들이 숙련된 의사로부터 골수천자를 받기를 원한다고 발표하였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골수검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만이 수행해야 하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라고 하면서 아무리 전문적인 간호사라고 하더라도 골수검사는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은 ‘소독과 드레싱은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험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를 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24.8.20. 선고 2024고정194판결)과 모순된다고 비판하였다.

최근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재보다 의료보조인력(PA)와 간호사의 의료행위 허용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이들의 의료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와 함께 의료보조인력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할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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